빨간 기와 1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새움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책을 고르는 것을 보면 도통 감을 잡지 못하겠다고 하는 친구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고 말하면 친구는 그 작가의 책을 다 읽었냐고 물어보았고 그러면 내 대답은 늘 "아니." 였다.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면서도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어떻게 그 작가를 좋아하는 것이냐고 친구가 핀잔을 주면 혼자 빙긋이 웃으며 그런게 있어라고 답한다.
 

 색색깔의 다른 맛 사탕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맛의 사탕을 제일 늦게 먹으며 그 맛과 기다림을 음미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첫 눈에 반한 작가라고 해도 그 작가의 책을 한꺼번에 맛보지 않는 것은 작가와의 두근거림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른 책을 만난다면 분명 또 다른 빛깔의 사랑에 빠지게 될 테니까!

 

 차오원쉬엔을 만난 것은 <바다소>란 책이었다. 어린이 책으로 나왔음에도 그 책은 내가 아는 어떤 어른에게 추천해도 부족함이 없을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를 지녔으며 가슴을 울리는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그 이후로 차오원쉬엔은 내 마음에 간직한 도서관에 자리잡았다. 그런 그를 실제의 도서관에서 다른 책으로 만났을 때 마치 어렸을 적 풋풋한 마음을 간직한 채 헤어진 짝꿍을 만난 것 같았다.

 

 <빨간 기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이다. 어떤이는 청소년이 될 것이고 어떤 이는 청소년기를 거쳐왔다. 우리는 걸으며, 뛰며, 땀방울을 흘리며, 그보다 더 많은 웃음을 흘리며, 그 웃음보다 더 진한 마음을 남기며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처럼 책 속의 주인공은 더 많이 웃으며, 더 많이 마음을 남기고, 자신들도 모르게 나라의 이념에 흔들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했다.

 

 임빙이란 주인공이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는 주관적인 시선으로 그 시기의 자신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빨간 기와" 라고 불리는 기숙사가 딸린 유마지 중학교(명성이 높은 중학교였다) 에 입학한 임빙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곳의 풍경은 저자의 타고난 필력덕에 내 눈에도 그려질 듯하다.

 

 1권은 그들의 학교생활이 주를 이루며 싱그러운 여름 햇살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풋풋한 사과 냄새를 닮은 감정을 맛보게도 해 주고, 그들의 세계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에 권력이란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1권을 넘어가면서 이야기의 풍경은 서늘함을 준다. 책의 배경은 중국의 1960년대인 "문화대혁명" 이었고 아이들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손에는 망치와 정을 들며 "묵사발을 만들자." 라고 외치고 다니게 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그 시대적 배경이던 군사정권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동구가 보는 시선으로 적힌 글이 더 가슴 아리게 와 닿았듯 이 책 역시 이념이란 단어조차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을 보는 것은 입 안에 씁쓸함을 감돌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주인공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달렸으며, 몸 만이 아니라 마음도 열심히 성장한다. 시대가 어떻든, 이념이 무엇이든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눈을 감으면 낡은 옷을 입고 들판을 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분명 그들의 모습을 그들의 얼굴에서 떨어져 날리는 땀방울보다 아름답다.

 

 차오소쉬엔의 빨간 기와는 그의 장편소설은 처음인 내게 더 아름다운 빛깔의 사랑으로 다가 온다. 언제가 또 내 손길이 머무는 곳에 그의 책이 와 닿기를 바라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3-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힘센 상상이라는 신간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