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의 그림동화 7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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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없는 기러기라니 독특한 제목의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존 버닝햄 아저씨의 책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표지 속의 기러기는 정말 제목처럼 깃털이 없이 이상한 회색 줄무늬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며 웃음이 먼저 나왔다. 기러기가 깃털이 없다니, 깃털빠진 닭이 생각나면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 기러기에게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긴걸까라는 마음으로 첫장을 펼친다. 그리고 내 웃음은 그쳤다.  

 

플럼스터 기러기부부에게 자식이 생겼어요. 조심스럽게 알을 낳는 부인을 지켜주느라 플럼스터씨는 분주했고, 플럼스터부인은 알들을 따스하게 품어주느라 엉덩이를 알에서 땔 시간도 없었어요. 그렇게 다섯마리 기러기들이 태어났지요. 새끼기러기들에게 플럼스터씨와 부인은 뽀뽀를 해주며 건강한가를 확인했어요. 첫째도 괜찮고, 둘째도 괜찮았고, 셋째, 넷째도 건강했어요. 그런데 이 다섯째가 세상에 깃털이 하나도 정말 하나도 없이 태어났네요. 이 기러기의 이름은 보르카였어요.

 

플럼스터 부부는 보르카가 아프기라도 한걸까 걱정을 하며 의사선생님을 모셔왔지요. 진찰을 마친 의사선생님은 아주 드문 경우지만 이상은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플럼스터 부인에게 보르카에게 추위로부터 지켜줄 털옷을 짜라고 했지요. 보드카는 솔직히 깃털이 없어서 약한 추위에도 덜덜 떨고 있었답니다. 아직은 어리니까요. 이제 보르카는 깃털대신 깃털과 색은 비슷하지만 깃털은 아닌 회색 털옷을 입게되었어요.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던 보드카는 언니 오빠들에게 자랑을 하러갔지만 다들 보드카를 무시했어요. 보르카는 너무 슬펐답니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는 씩씩한 보드카였어요.

 

그러나 어쩌죠? 보르카는 기러기잖아요. 기러기는 철새랍니다. 기러기 무리들은 더 추워지기 전에 그곳을 떠나서 따뜻한 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기러기들은 아시다시피 기러기들은 하늘 위를 높이 날아서 떼를 지어 이동한답니다. 그러니 보드카는 갈 수 없어요. 깃털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모두 떠나느라 바빠서 보르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열에서 빠진 것도 몰랐답니다. 그렇게 보르카는 홀로 여행을 시작했어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올라탄 배에서 놀랄만한 일이 보드카를 기다리고 있어요!!

 

웃을수가 없었다. 웃었던 사실조차 보르카에게 미안해졌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보르카의 외모는 동화임에도 아프게 전해졌다. 존 버닝햄은 신기하도록 현실적인 문제를 동화 속에 녹아들게 한다. 전에 나는 동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어린이가 읽는 꿈의 세계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어린이 코너에 가서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읽으며 이렇게 알기 쉽게 현실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이런 책이 읽혀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어린이때는 현실을 모르고 예쁜 현실에서 살아야한다며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을 뵐 때면 속으로 대답하게 된다. 그 어린이가 자라나 현실을 모르고 자신만의 성에 갇힌 어른이 되어버린다고.

 

내 어린시절에 읽었던 <미운 오리새끼>와는 비슷한 소재였지만 전혀 다른 구성에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어른에게 <미운 오리새끼>와 함께 읽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미운 오리새끼는 다른 형제들과는 다른 오리였다. 오리의 세계에서 미운 오리는 장애아였던 것이다. 그러나 미운 오리새끼는 오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백조였다. 이건 현실 속에서 절대 있음직한 일이 아니다. 장애아동이 어느날 갑자기 멋있게 변신해 다른 세계로 날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장애아동에게, 그리고 장애인과 함께 공유하며 사는 세상에 사는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백조가 될거라는 동화보다는 장애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주어야 하는 건가를 생각해보는 책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보르카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외모만 달랐을 뿐인 보르카를 부모님은 처음에는 품어주며 털실 옷을 입혀주기도 했지만 보르카가 털실 옷을 입고도 보통 기러기와는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홀로 남아있는 보드카를 데리고 떠나지 않는다. 보르카를 데려가기에는 기러기사회가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장애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르카를 받아준 건 가족이 아니라 사회였다. 장애를 받아주어야 할 건 가족을 떠나 사회여야 한다. 사회가 장애를 품어주며 어루만져줄 수 있어야 장애아를 둔 가정도 그 아이를 맘껏 사랑해주며 품어줄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책을 발견할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하나씩 아이들은 현실을 품는 법을 배울 것이며 이 아이들이 자라나 어른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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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1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티새님,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