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이 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

난 있잖아 슬픈 모습 보이는 게 정말 싫어 약해지니까 외로워 눈물나면 달릴거야

-'달려라 하니' 만화영화 주제가 中

 

 눈물이 날 것 같은 힘든 날이면 달리는 아이가 있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땀으로 흘려내기 위해 달리는 아이가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달렸음에도 가슴 속 눈물의 우물이 말라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 더욱 빨리 달리고자 하는 아이가 있다. 신발 밑창이 너덜너덜 해지더라도, 앙상한 몸이 될 정도로 잘 먹지 못하더라도 달리기를 포기 할 수 없는 아이가 있다. 내 기억 속 하니와 닮은 아이, 제프리 매기.

 

 

  사람들은 말한다. 매니악* 매기에 대해서.

(*매니악-원래 거칠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열광적인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이 책에서는 무엇이든지 다 해낼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옮긴이)

매니악 매기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이 입을 연 순간부터 그 아이는 전설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이 매니악 매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의 실제 이름은 제프리 매기였고 모두들 그가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제프리는 평범한 집에서 평범한 부모님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평범한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는데 높은 철교를 건너는 기차가 물로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열차에 제프리의 부모님이 타고 계셨고 제프리는 고아가 되었다. 세 살에.

 

 고아가 된 제프리는 도트 숙모와 댄 숙부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건 아주 불행한 일이었다. 도트 숙모와 댄 숙부는 사이가 더이상 안 좋아질 때까지 싸웠으며 서로를 미워하고 있었기에 말도 하지 않았으며 물건도 따로 갖고 있었고 제프리 역시 할 수만 있다면 둘로 나눌려고 했다. 그런 집에서 제프리는 12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침묵으로 답하며 미움으로만 가득찬 집에서. 12살 학교 행사 무대에서 큰 목소리로 제프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앉은 숙모와 숙부에게 소리쳤다.

 

 "말해요, 말해! 서로 말해요! 말해."

 

 그 때부터 제프리는 화장실이 두 개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도 않았고 오로지 달리기만 했다. 지금부터 제프리 매기가 왜 매니악 매기가 되었는지 그 여행이 시작된다.

 

 달리기를 하려는 아이일수록 가슴에는 눈물 항아리를 여러개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프리는 목적도 없이 달렸으며 그저 달리고 농장에 들어가서 잠을 잤고 들소의 먹이를 함께 나눠먹으며 앞으로 조금 더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리고 절대 울지 않았다. 그저 달릴 뿐.

 

 제프리가 1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전에 살던 홀리데이스버그에서 320킬로미터는 먼 거리에 있는 투밀즈였다. (물론 제프리는 달리기로 그 거리를 이동해왔다.) 투밀즈는 동쪽과 서쪽으로 백인과 흑인 마을이 분명한 선을 긋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선은 마음의 선. 서로가 서로를 몰라 무서워하면서 미워하고 경멸하면서. 그곳은 멀리서 보면 마치 전에 살던 숙부의 집과 같았다. 숙부의 집 보다 조금 더 큰 집일 뿐. 그곳을 도망치지 않는 제프리. 제프리는 그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흑인과 백인 사이에 놓인 담을 싼 벽돌을 하나씩 치우기 시작한다.

 

 흑인과 백인이란 인종을 부르는 이름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제프리. 제프리에게는 누구나 다 같은 사람일 뿐이다. 제프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좋은 사람들 뿐이다. 그곳에서 제프리는 가족을 얻게 된다. 흑인 가족 아만다 가족과 백인 가족 그레이슨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제프리는 처음으로 가족이 주는 행복과 따뜻함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제프리는 늘 불안하고 어딘지 모르게 언제 어디서든 달리기 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로 살고 있다.

 

 마음을 열 수 없는 아이 제프리. 그 아이를 보며 왜 내가 슬픈 걸까? 제프리는 울지도 않고 그저 달리기만 하는데 왜 내 마음에 슬픔이 가득차는 걸까? 그 아이는 울지 않기 위해, 스스로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며 달리는 걸까? 숨이 턱 끝에 찰 때까지, 보고픈 이가 있는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만큼의 속도로 달리며 아무생각 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이 참아내고 있는 걸까?

 

 성장동화를 좋아하는 내게 제프리는 색다른 주인공으로 다가 왔다. 슬퍼도 울지 않는 아이, 자신의 불행에도 타인을 위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 사랑 받지 못했음에도 가슴 속에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 넘치는 아이. 그런 제프리의 가슴 속에 들어있는 사랑을 왜 숙부와 숙모는 몰랐을까? 자신들 가슴에 가득한 미움을 챙기느라 제프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그 어른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한다.

 

 제발 어린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늘로 휙 던져버렸으면 좋겠다. 여기 제프리를 보라. 제프리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다. 마을 사람들이 입이 쩍 벌어질만한 일을 수도 없이 해내면서 '매니악 매기'라고 불리지 않는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말처럼 아이의 눈물과 어른의 눈물의 무게는 같다. 슬픔과 기쁨 역시 그 깊이는 같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니악 매기, 너를 만나서 행운이었어. 네가 가진 그 모든 재주와 능력이 없다해도 널 사랑할거야.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말아줘. 넌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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