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 파탈 -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카사노바와 팜므파탈의 차이점은 뭘까? 둘 다 선수라는 건 명확한데, 차이점은 그저 성별 정도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카사노바는 실제 인물이면서 그의 여성 편력이 그의 이름을 대명사격으로 지칭하게 만들었지만, 팜므파탈은 가공의 여성상이다. 둘은 완전히 다르다.

팜므파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상업적으로 이용된 건 세기말 부터인데, 어째서 저 먼 고대로까지 흘러가 요부에 어울리는 여성들을 찾는가. 이브나 클레오파트라, 유디트, 헬레나 등 수많은 여성들을 팜므파탈이라고 좋아라 하는 남성들이 참으로 어리석다. 미술이든 문학이든 남자들이 다 꿰어차고 있던 시절 그렇게나 그릴 게 없고 쓸 게 없었는지, 팜므파탈이라는 두려움과 유혹의 상징을 만들어 놓고 열심히 그리고 썼다. 아, 물론 이건 서양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동양에서는 팜므파탈이라는 이미지는 예전부터 있었으니까. 뉘앙스가 다른 듯 하지만 경국지색이 달리 나왔을까.

이 책에 실린 도판들의 화려함은 내 눈을 현혹시켰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들도 많고, 유혹적인 그림들도 많다. 그림 밑에 친절한 설명까지 있으니 이 책 너무 멋지다. 다만 남성적인 시각으로 썼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서문이나 중간 중간 의문을 제기하면서 남성우월적인 시각을 비판하는 듯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시각은 남성 쪽에 있다. 그게 아쉬웠다.

팜므파탈이라는 용어는 뒤집어 보면 남자들이 얼마나 어리고 모순적이면서 어리석은지 잘 보여준다. 일단 사랑이란 감정을 무시한다. 그래놓고선 사랑에 홀딱 빠져서 모든 것을 내던진다. 뒤에 여자가 떠나면 모든 건 여자 탓이다. 사랑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걸 이해 못하니 남자들이 어리다고 할 밖에.

치명적인 유혹? 다가가면 안 되지만, 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러니까 모두 여자가 잘못한 거라고? 웃기지 말라고 해라. 그럼 돈 많은 사람은 강도를 만나면 돈 많은 자기 탓을 해야겠네. 강도는 잘못 없지 않나. 다 부자가 돈이 많아 강도를 홀린 탓이니까.

팜므파탈의 전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여자들의 삶을 보면 모두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친 여자들이었다. 여자는 아무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던 남자들에게 일격을 가한 여자들. 그래서 그들은 돌 맞는 요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남자들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남자들 욕은 왜 안할까? 세상 남자의 태반이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자신들이 여자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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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주부 클로이 책방 2017-01-2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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