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 더 머니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직장이 망했다. 다른 직장을 구할 수도 없다. 집에 있는 팔 만한 것들은 다 팔았고 저당 잡힐만한 건 모두 저당 잡혔다. 새로 산 차는 할부금을 못 갚아서 빼앗겼고 신용은 땅에 떨어졌다. 집에서는 직장 구하기가 쉬운 줄 알고 엄마는 직장에 남자까지 들이 미는 상황이다. 미친 척하고 싫은 친척이 사람을 구한다기에 찾아갔다. 그곳은 보석금을 대신 내주고 법정에 출두하지 않은 피의자를 잡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사무를 보려던 스테파니는 잘만 하면 한 건에 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말에 무조건 현상금 사냥꾼이 되기로 한다. 물론 동료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에서 지금 스테파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니까.


그렇다고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스테파니가 잡아야 하는 인물은 전직 경찰이자 고등학교 때 알고 있던 한때는 인도를 걷던 그를 차로 들이받기까지 한 원수 모렐리였으니. 그를 잡아야 한다. 스테파니는 그에 대한 원한을 끓어 올려 그를 잡기로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괴상한 복서를 만나다니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일격이었다.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상황들이 전개되는 가운데서도 독자에게 웃음을 잃지 않고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아슬아슬하게 마음 졸이면서도 스테파니의 모험의 색다른 면은 때론 즐겁게 바라볼 수 있다.


p326에 나오는


“네가 두려워하고 있는 거 알아. 가끔 나도 무서우니까. 하지만 우리가 착한 편이라고. 착한편이 지는 거 봤어?”
나는 스스로가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모렐리가 이렇게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있건만, 내 정신은 온통 믹서기와 공짜 다이커리 믹스에 가 있었다.


이런 대목에서 스테파니가 왜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된다. 불쌍한 모렐리. 믹서기보다 매력이 없어지다니...


370p


"근데 넌 어떻게 앉니?“
“고무로 된 도넛 모양의 방석이 있어. ...”


여기서 나는 결정적으로 쓰러졌다. 스테파니와 내 궁합은 예전에 정해진 거지만 같이 도넛 방석을 쓰는 동지로써 다시금 그녀에게 애정이 마구 생겼다.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 아니던가...


예전에 읽은 추리소설을 다시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가끔 생각했었다. 지금 이 작품을 읽어보니 답은 ‘그렇다.‘다. 계속 읽어도 재미있으면서 유머와 스릴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고 이 시리즈가 더 출판되기를 원하는 이유다.


유머 미스터리가 그렇듯이 적절한 로맨스와 썩 괜찮은 미스터리, 그리고 멋진 캐릭터가 포진해 있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누가 봐도 좋은 그런 작품인 것이다. 너무 과하게 피 튀기는 미스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덜한 것도 아닌 아슬아슬한 스릴이 있고 밀고 당기는 로맨스가 양념처럼 맛을 내서 언제든지 입맛에 맞게 식탁에 올려질 준비를 하고 있고 좌충우돌식으로 무조건 들이대고 보는 초짜 현상금 사냥꾼 스테파니의 행동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를 핵폭탄이다.


스테파니 플럼은 완벽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니다. 막 걸음마를 떼었다. 그 과정에서 무지 코가 깨졌지만 그 뒤에 좀 더 잘 걷게 되었는지, 모렐리와는 어떻게 되었는지, 레인저는 계속 그녀의 히긴스 교수로 남아 있는지가 궁금하다. 다음 작품에서 스테파니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되도록 빨리 볼 수 있는 편이 좋다. 버마가 미얀마가 된지가 언제인데.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한다는 점에서 작품은 그때그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리즈는 중단 없이 끝까지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출판사의 예의이자 의리임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스테파니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자존심 버리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눈높이를 낮춰서 직장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직장이나마 받아 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스테파니처럼 이런 일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마 스테파니와 같은 식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구하고 이용을 할 때는 눈 딱 감고 이용을 하고, 머리를 쓴다고 쓰고서 비를 쫄딱 맞기도 하고 덜덜 거리는 자동차의 기름이 떨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테파니처럼 이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위험한 세상 속에서 문단속하고 체루가스통을 지니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까... 스테파니 플럼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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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10-16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시시했어요. ^^

물만두 2006-10-1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남자분들께는 좀 그런 감도 있었겠지만 유머 미스터리란 면에서는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