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규칙 뫼비우스 서재
리즈 젠슨 지음, 오현수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조금 많이 읽다보면 약간의 후유증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책을 몇 장 읽다보면 전개 과정과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에 미안하게 전혀 놀라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 앞의 몇 장, 그리고 두 번째 챕터에 들어갈 때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저 그런 시시한 작품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내가 결말을 알았다고 하는 것과 작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루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위 행동발달장애 아동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루이는 단순히 세상이 정해 놓은 규정이나 잣대보다 더 똑똑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다. 그것이 어쩌면 이 아이의 진짜 문제일지 모르겠다. 어른들도 수많은 비밀을 안고 사는 것처럼 루이도 비밀을 안고 살고 그 비밀에 규칙까지 마련했다. 우리가 이제 읽어가는 과정은 그 비밀의 규칙을 알아내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루이가 사고를 당해 코마 상태에 빠지고 나서 코마 전문 병원으로 옮겨지는 시점에서 파스칼은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루이의 마망인 나탈리에게 첫 눈에 반하고 그로인해 환자 보호자와 의사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선을 넘고 만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로서 이 작품이 왜 루이와 파스칼의 관점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루이의 마망, 즉 어머니인 나탈리와 루이를 절벽에서 떨어뜨리고 사라진 루이의 파파, 즉 아버지인 피에르, 그리고 구스타브를 통해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정이라는 울타리, 인간의 복잡함을 알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누구의 방식이 옳다고, 누구의 방식이 정석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그래도 우리는 금기시하는 사랑의 방식이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상대방이 허용한다면 우린 뭐라 말할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명백하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또한 사회의 관습에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이성은 언제나 이렇게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지만 인간이 이성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닌 까닭에 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로 인해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며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지라는 것이다. 그것만이 비밀 규칙이 필요 없는, 그래서 조금은 안전함을, 자신이 갈망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 사랑과 네 사랑이 아닌 우리의 사랑으로 사랑을 바라보고 늘 그렇게 간직할 수 있다면 사랑은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으리라. 비록 불타다 꺼질지언정...  사랑이란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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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챕터에 가서 모든 것을 알게 된건 만두님뿐일지도 몰라요...^^

물만두 2006-03-1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반전, 반전하셔서 과도하게 기대를 했답니다 ㅠ.ㅠ;;;

반딧불,, 2006-03-1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사이 추리소설 자제하고 있어오;;
읽다보면 아무래도 비슷한 전개를 알게 되니까요.
그래도 네 개 인 걸 보니 재밌는 것은 확실하군요^^

물만두 2006-03-1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랍니다. 영화 보시기 전에 한번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