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랭보를 훔쳤는가 - 드 스말트의 사건이야기 & 비텔뤼스의 진짜 이야기
필립 포스텔 & 에릭 뒤샤텔 지음, 정미애 옮김 / 해냄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드 스말트라는 경찰서장이 등장해서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들의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번째는 비텔뤼스라는 청년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그 사건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가지 내용 모두 독특하다. 드 스말트 서장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추리가 아닌 최면에 의한 이해하기 힘든 그만의 어떤 능력때문이라는 것도 독특하고 시골 청년이 광고를 보고 파리로 상경하게 되는 것도 독특하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 사랑을 찾게 된다는 결말도...

 

이런 독특함과 랭보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것은 그의 말 “나는 타인이다.”에 모든 것이 귀결된다는 점이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한명이 죽을 때마다 그리스어로 범인은 흔적을 남긴다. 그의 말은 피해자가 비밀을 지키지 않아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그러면서 형사는 범인에 가까워지고 비텔뤼스 또한 범인에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가가 이 작품의 중요한 관점은 아니다. 범인이 중요했다면 랭보가 등장했을리 없으니까 말이다. 1871년 이잠바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쓴 랭보의 글을 보자. 

 

이제, 난 가능한 최대한도로 방탕하겠다.

왜냐고? 난 시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난 선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며,

나도 당신에게 설명을 하지 못하겠다.

모든 감각의 타락을 통해 절대자에게 도달하려는 것이다.

고통은 대단하지만, 시인으로 탄생하는데는 강해야만 한다.

그리고 난 내 자신이 시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또한 조금도 내 탓은 아니다.

난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사람들이 날 생각한다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 나는 타인이다 (...).

 

사람들이 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타인이다.” 이것은 모든 문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며 이 작품의 모든 것이 귀결되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문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일뿐 문인이 아니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 자신은 그저 자신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형사는 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목격자는 범인을 알기를 거부한다.


이 작품이 <드 스말트의 사건 이야기>와 <비텔뤼스의 진짜 이야기>로 부제를 달면서 사건과 진짜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형사에게는 사건이 중요하고 목격자에게는 진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에서의 비텔뤼스는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만이 진짜를, 범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모든 문학은 랭보를 위해 쓰여지는 모양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랭보를 기리고 추모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단순화가 더 와닿는다. 모두 랭보를 떠난다. 왜냐하면 랭보를 훔치는 일은 문학의 파괴를 뜻하기 때문이다. 랭보의 “나는 타인이다.”말이다.


역자는 이 책을 다 읽고 앞에서부터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잘 짜 맞추지 않으면 범인을 알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끝까지 누가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일상이며 삶이며 사랑이다. 그것이면 사는데 지장없고 만족하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말... 이 말이 랭보가 한 말인 절대 자신이 타인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평범이 좋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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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1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고 싶어요. 몰라몰라요

물만두 2006-02-1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