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을 때 제목을 본 동생 왈 “뭘 이렇게 길게 썼지? 넌 왕따야! 이러면 될 걸.”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저 웃어 넘겼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이라는 말 속에는 배척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어울리는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어떤 짓을 하던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섬뜩하지 않은가. 이 속에 그런 것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이것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며 이성적인 우리 안에 잠재된 잔인함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작가는 조근 조근 말하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살해되고 상관없다. 그동안 내가 이루어 낸 성과에 비해 하찮은 일을 잘한다는 건 나를 부정하는, 내가 이룬 것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고 그것은 나를 버림받게 할지도 모른다. 내 꿈을 망가트리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어... 작품들마다 마지막엔 거의 울부짖지만 아무도 수긍하는 사람은 없다.

열 사람 중 아홉이 바보면 똑똑한 한 사람이 진짜 바보가 된다던가. 인간의 폐쇄적인 집단성은 마지막 작품에서 절정을 이룬다.

<검은 집>... 이 작품이 진짜 공포스러운 것은 제목이 마치 기시 유스케의 작품 <검은 집>과 같기 때문이 아니다. 이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서글픈 자화상 때문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우리가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 존재인지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치 순자의 성악설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퍼트리셔 하이스미스의 작품의 가치는 이런 것에 기인한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에서 끌어내는 공포와 서스펜스, 어린 아이의 꿈조차도 공포로 만들어내는 탁월함,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을 돌아보게 만드는 치밀함, 이런 것 때문에 그에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수식어를 감히 달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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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1-15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의 넌 왕따야! 핵심이네요. ^^

물만두 2006-01-1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