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딸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9
퍼트리샤 콘웰 지음, 박아람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스카페타 시리즈에서 범인에 대해 자세히 나온 작품은 템플 골트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제나 스카페타는 연쇄 살인범을 접하게 되지만 그들에 대해서 자세히 쓰지는 않는다. 이것은 범인에 대한 동정심이나 다른 생각을 미리 차단하고 오로지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와 참혹한 희생자, 그리고 범인을 잡으려는 사람들, 스카페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어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는 템플 골트와 함께 살인을 저질렀지만 정신병으로 위장해 있다가 탈출한 캐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없다. 아마 그에 대해 더 잘 알려면 <카인의 아들>을 아니 템플 골트 3부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앞의 두 작품도 더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 대해, 그가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주위에 범죄가 날로 늘어나지만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오는 범죄자다. 그들을 우리는 알 수도 없고 알 방법도 없다. 만약 원한을  샀다면 그것을 풀어주면 될지 모르고 과거에 죄를 지었다면 사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새벽에, 혹은 밤에 누군가 일으키는 살인은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다. 방화범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것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런 곳이라고 스카페타는, 아니 콘웰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어이없는 상황을 대할 때가 있다. 죄를 지은 범죄자는 죄 값을 치렀다는 이유로 잘 살고 있는데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의 가족이 된 사람들은 그가 죄 값을 치르고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고통 속에 괴로워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인권에 대해 말한다. 인권은 참 좋은 것이다. 그런데 왜 피해자의 인권은 없는 것일까. 가해자의 인권조차 부르짖는데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인권은 왜 말하지 않는 것일까. 또 가난하지만 죄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도 입에 풀칠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라면 하나 먹기도 힘들고 차디찬 방안에서 얼어 죽기도 하는데 범죄자들은 이 겨울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곳에 있다. 세상이 과연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심지어 잘 곳이 없어 죄를 짓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절대 남의 이야기,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가끔 누구나 한번쯤은 추리소설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 시간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 학교에서 철이 없다는 이유로, 장난으로, 심심하다고 약하고 자신들과 다른 면이 있는 아이들 왕따 시키는 아이들, 나중에 사회는 모든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깨닫고 배우지 못하는 이들에게 장차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희생자가 나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의 초반은 캐리의 검은 그림자만 드리웠을 뿐 별 다른 긴박감이 없어 약간 지루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재미보다는 생각을, 그 생각 속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캐리의 검은 그림자가 얼마나 섬뜩한 것인지를 각인시킨다.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스카페타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의 쓸쓸함에 공감하게 된다. 전작에서도 말했지만 그녀가 영웅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픔을 언제나 극복하며 자신의 일을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이미지의 설명은 다음 작품에서는 좀 자제했으면 한다. 작품을 읽을 때 독자가 원하는 것과 작가가 원하는 것 사이의 괴리감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독자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과 좀 더 자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곳에서의 단순화는 약간 읽는데 방해가 된다. 그 점만 아니었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지만 언제나처럼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6-01-1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카인과 아벨'의 속편을 읽으셨구나~하고 잠시 착각했다는... 우후~ -_-+

물만두 2006-01-1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제프리 아처 말인가요? 이런...

sayonara 2006-01-2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ES~

물만두 2006-01-2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맞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