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집 1 -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 3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용기 옮김 / 책사랑(도서출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다니자키 준이치로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그런데 서문에서 이 작가가 에도가와 람포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말에 혹했다. 이 책에 수록된 것은 8편의 단편들이다. 그 단편들 모두 한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범죄자의 심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아마도 세상엔 선인과 악인이 있고 그 악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이고 그것도 그 자체만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 단편들에는 권선징악이라던가, 범죄자의 반성 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왜 착한가에 대해 분석하거나 의문을 품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분석한다.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거나,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라거나, 어떤 동기와 충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악인 그 자체라면 어떨까.
범죄를 저질러 악인이 된 것이 아니라 악인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면... 왜라는 말없이 그냥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작가는 이런 것을 작품에 담고 있다.
<대낮 귀신 이야기>에서 <어떤 범죄의 동기>까지 모두 한결같다. 처음 작품을 접하면 이 작품을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읽다보면 작가가 결국 말하고자 한 것은 순수한 악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악인이다. 세상에 선인이 있듯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악인의 조건일 뿐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악인인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악인일 뿐이다. 충분히 악마주의로 생각될 소지가 있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다시 에도가와 람포의 작품들을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들이 이해가 된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이런 것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2, 3집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어떤 시각으로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주인공, 어떤 쪽을 선택해 글을 쓸 것이냐도 결국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서양의 추리 작품에는 늘 에드가 앨런 포우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빠지지 않듯이 아마도 일본 추리 작품에서 이 작가의 영향은 대단하지 않았을까 짐작되는데 그걸 이제 알게 되었다니... 아니면 청출어람이라고 에도가와 람포가 그만큼 위대하다는 반증이 되는 것일까...

여기에 다니자기 준이치로의 설명을 덧붙인다.

도쿄 출생. 제1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학비의 곤란으로 중퇴하였다. 소설가 ·영문학자이며 와세다대학 교수였던 다니자키 세이지[谷崎精二]는 그의 아우이다. 1910년 와쓰지 데쓰로[和辻哲郞] 등과 제2차 《신사조(新思潮)》를 창간하여 단편소설 《문신(文身)》 《기린》을 발표하고 다음해에 《스바루》에 희곡 《신서(信西)》, 단편 《소년》을 발표하여 격찬을 받았다.
당시 유행하던 자연주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풍려(豊麗)한 공상, 현란한 문체로 여체를 찬미하고 성의 신비를 응시하여 변태성욕의 세계까지를 파헤친 작풍으로 탐미주의(耽美主義) ·예술지상주의 ·악마주의의 천재적 신인으로 지목되었다. 후반기에는 고전적인 경향이 강해져서 《장님 이야기》(1931) 《춘금초(春琴抄)》(1933) 등의 원숙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고전인 《겐지 이야기》의 현대어역을 하였고, 전후 《세설(細雪)》(1948)로 아사히문화상[朝日文化賞]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는 《치인(痴人)의 사랑》 《이단자의 슬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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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5-10-0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자키 쥰이치로오의 [싸락눈] 참 좋죠. 여긴 세설細雪이라고 소개되었네요. ^_^

물만두 2005-10-0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모두 품절에 절판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