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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05.가을 - 한국 추리소설, 전망을 위한 비판
한국추리작가협회 지음 / 한국추리작가협회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잡지는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유일한 추리 전문 잡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전문성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스티븐 킹의 인터뷰 같은 건 진짜로 이루어진 것이 수록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여건이 따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은 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안 싣는 것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만화도 전문 추리만화로 만화가가 우리식으로 그리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 어디서 베낀 것 같은 느낌의 만화를 보려니 옛날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가 생각나서 참...
하지만 츠츠이 야스다카의 단편 <그녀들의 쇼핑>은 좋았다. 이 단편 하나만으로 이 잡지는 내게 만족감을 주었다. 이 작가의 단편을 내가 좋아하는 점도 있지만 독특한 색깔의 작품이라 아주 좋았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단편은 좀 너무 평범했다. 이런 잡지에는 새롭고 좀 기발한 신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약간 어설프더라도 신선함이 실렸으면 한다. 모험과, 그것을 통해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 잡지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품들중에서 김상윤의 <다크 템플러>는 괜찮았다. 시각의 변화와 심리에 대한 느낌의 전달이 좋았다. 전개 과정도 좋았고... 우리나라 단편 가운데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이 잡지의 심각한 옥의 티는 <팬텀 레이디>라고 제목을 달아 윌리엄 아이리시의 작품에 목말라 있던 독자들을 속인 점이다. 아니 <환상의 여인>을 그렇게 펼쳐놓으면 그 책 안 읽고 이 잡지를 보게 된 독자는 어쩌란 말인지... 윌리엄 아이리시의 작품 분석이었다면 이해가 되지만 이건 줄거리 요약이니 만약 독자 중 <환상의 여인>을 보지 않은 분이 혹 있다면 이 잡지는 피해야 할 것이다.
계간 잡지고 워낙 잡지를 안 보는지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이 잡지를 읽을 독자들이 이 잡지를 마음에 들어 할지 독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열악한 국내의 상황에서 살아남기에도 벅찬데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싶지만 그렇다고 마음먹고 샀는데 이 정도밖에...라는 식의 말이 나오면 그 다음 잡지는 사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멀고 아직도 험하다. 우리에게 추리소설이란 장르가 자리 잡기에는... 그렇다. 어쩌면 나중에 이 잡지도 폐간된 뒤에 아차하게 될지도 모른다. 관 시리즈의 예처럼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때와 좀 다르다. 우리에겐 온라인이라는 무기가 있다. 바뀐 상황을 기회로 삼는 것, 그래서 좀 더 많은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그러고 나서 독자의 평가를 기다리는 것... 이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왜 추리 작품이 문학상을 타지 못하는지... 문학상을 타는 추리 작품이 나온다면 그게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 그리고 이렇게 서평 썼다고 딴지는 걸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나는 이 잡지 사서 읽었다. 읽고 서평까지 썼는데 뭐라고 그럼 읽은 사람 난감하다. 나는 아마추어일 뿐이고 그저 평범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독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