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신사 세계추리베스트 17
시바타 렌자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같은 출판사에서 자꾸 이름만 바꾸어서 한 작품을 출판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또 있을까...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출판하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마치 작가의 다른 작품이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고... 그런데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나라의 척박한 추리 소설의 현실 때문이다. 이나마 라도 출판을 해 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이 작품은 오랜만에 출판되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 작품은 모두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단편들이 연작처럼 이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처음 <동반 자살>에서 스키토 사부로 형사 앞에 나타나는 유령 신사는 그 뒤 스키토 사부로를 <자살한 노 배우> 사건으로 찾아온 이노키 게이기치 탐정에게 나타난다. 


이어 그 탐정을 이용하려다가 제 꾀에 넘어가는 <내기를 한 여대생>에서 오다테 가즈코 앞에 나타나고 오다테 가즈코가 취직한 야쿠자가 만든 회사의 명목상 전무인 야쿠자 두목 하네토리 슈조에게 <가 버린 부정한 아내>에서 진실을 밝혀 주고 다시 <두 개 남은 독약>에서는 하네토리 슈조의 친구에게, <범인을 잡은 카나리아>에서는 하네토리 슈조가 고용한 청부 살인 업자에게 살해당할 뻔한 누드 모델에게, 


<검은 백조>에서는 누드 사진 작가에게, <애인은 살아 있다>에서는 전작을 이용해 기사화한 잡지 기자에게, <장미를 무서워한 유부녀>에서는 유부녀에게, <거지의 의족>에서는 그녀의 사촌인 추리 소설가에게, <사랑을 버린 시인>에서는 그 추리 소설가의 제자에게, <날카로운 고양이 발톱>에서는 마지막으로 유령 신가가 직접 범인을 스키토 사브로 형사에게 인계하면서 끝난다.  

 

이 작품은 독특한 작품이다. 탐정이 제목 그대로 유령이다. 진짜 유령인지 아니면 자신의 마음의 반영인지는 읽고 판단하는 사람의 몫이겠지만 나는 자신 안의 양심이 유령 신사로 변장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단편 모음집으로 단편마다 각기 다른 사람의 앞에 등장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연관되어 인연을 따라 가듯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 또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점이다. 추리 소설 같지 않은 추리 소설, 아니면 특색 있는 추리 소설을 읽기 원하는, 오컬트적 취향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평하자면 추리 소설이면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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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7-2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도 읽었습니다. 그냥 좀 시시했죠. 기대가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걸 제가 언제 읽었냐면... 술 잔뜩 먹고 몸을 못가눌 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물만두 2005-07-2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색다른 추리 소설 읽었다는데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