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꿈 -상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지음, 안정범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와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그녀도 마틴 크루즈의 <고리키 파크>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고 그들의 러시아에 대한 잘못되고 편협한 시각을 싫어하고 나 또한 그렇다.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도 참 그렇고 어떤 순위 조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추리 소설이라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아마 이 작가와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남보다 우월하고 그것을 표현했다면 그 어떤 왜곡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예의 없는 것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러시아인이 아닌 나도 이런 생각을 하며 봤었는데 러시아인이 봤으니 오죽했으랴... 정말 이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이 어디까지 갈지 두고 보고 싶다. 여기까지는 이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사족이었다.

이 작품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다음 작품인 것 같다. 앞에서 나스짜, 정확하게 아나스타샤 까멘스카야 경위가 휴가때 마피아와의 무서운 접촉으로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온 뒤부터 시작을 하니 말이다.

나스짜의 상관이 내부에 마피아가 심어 놓은 사람들이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 정보분석만 하던 나스짜가 단독으로 어느 창녀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나스짜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따돌리고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과 이 사건이 아주 오래 전에 시작된 범죄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기억하는 자는 살해당한 사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사건 해결을 위해 애를 쓰지만 마피아의 점조직적인 내부의 적도 근절하지 못하고 범인도 잡지 못한다.

한 여자가 자신의 악몽을 누군가 훔쳐 얘기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살해된 사건을 수사하면서 겪는 나스짜의 고뇌와 러시아가 처한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의 사회상에 대한 묘사가 이 전의 직접적 묘사를 했던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보다 더 와 닿고 섬뜩했다.

이것은 지금의 러시아 상황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꼭 러시아만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그런 적이 없는 것일까...

이런 작품을 읽으면 현실을 냉정하게 보게 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의심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우리는 지금 어떤 꿈을 도난당하고, 어떤 이의 꿈을 훔치며 살고 있는 것인지..

이 작가의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하던데 한번보고 싶다. 과연 나스짜의 이미지는 어떻게 묘사되었고 그들이 자신들의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주 다작하는 작가의 작품인데 읽을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가사 크리스티까지는 안 되도 패트리샤 콘웰이나 수 그라프튼과는 견줄 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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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26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나밖에 읽어보지 않았답니다. 리뷰가 유혹하네요..;; 읽어보겠습니다..^^

물만두 2005-04-26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절판일텐데요...

비로그인 2005-04-27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행스럽게도...도서관에 이름이 있는 걸 확인했지요^^;;

물만두 2005-04-27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