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밀알 / 199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나중에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지금도 이 책는 내게 소중한 책으로 남아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것은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한 것이었다. 원제목이 라고 해서 도끼라고 제목을 붙이다니 참... 마치 무슨 도끼 부인 얘기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심각하고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인데...
이 작품이 IMF때 좀 더 많은 선전을 했더라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다빈치 코드는 정말 우습지도 않을 만큼...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원제목 The AX는 정리 해고라는 뜻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리 해고를 당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업계는 좁고 하향세라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다른 일을 배울 만큼 나이가 젊지도 않고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갈 아들이 있다.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할 때 잘린 것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선택을 한다.
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는가, 누가 감히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하려 한단 말인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눠 쓸 수 있는 따뜻함이다. 그 배려가 없는 한 언젠가 이 일은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날 지 모른다. 내 밥그릇을 빼앗기게 생겼고 그 밥그릇에 내 몫만이 아닌 내 가족의 몫 전부가 들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수하려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으려 하지 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없기를 바란다. 쇠기에 경 읽기겠지만.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편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번역된 다른 작품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는 단편 몇 편이 소개된 걸로 알고 있다. 단편을 읽을 때는 별로라고 생각한 작가였는데 이 작품을 보고 그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품절이나 절판된 작품이라 권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런 책은 대통령, 삼부 요인, 정당 대표, 고위 공무원, 기업체 대표가 받드시 읽어야 하는데. 어떤 책이 필독서야 하는 가는 그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생명줄인 돈줄, 월급 봉투를 쥐고 있는 자들, 그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안타깝다. 안 읽을게 뻔하니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같은 허접 쓰레기 읽기보다는 이 책이 천 배는 낫다. 미안하다. 저런 책과 비교를 해서.
책을 출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좋은 책이 또 한 권 많이 읽히지도 못한 채 사장됨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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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요 ㅠ.ㅠ;;;

노디 2009-12-29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개인적으로 올해의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세계화의 덫'이란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라구요.
어제 KT직원들이 대거 명퇴를 신청했다고 하던데, 이 양반들이 새로운 인생을 쉽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보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지금 직장에서 버틸수 있는 한 최대한 버텨야 겠다는 거였거든요.

이책에서 제일 아쉬운 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성의없는 작명센스지요.
좋은 책 한권이 허접한 제목때문에 빛을 못보는 것 같습니다.
포털에서 "도끼"라고 검색하면 이 책 찾기 힘들죠.
그냥 심플하게 "정리해고"라고나 할 것이지...ㅉㅉ

물만두 2009-12-29 16:24   좋아요 1 | URL
다시 나와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네, 저도 그 뉴스 봤습니다. 십년전 모습의 재현입니다.
버티세요. 그것만이 지금 상황에선 최선입니다.
맞습니다. 도끼가 뭐냐고요 ㅜ.ㅜ

법인 2014-04-02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액스란 제목으로 다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