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사건 - 시민 법의학
문국진 지음 / 해바라기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 망설임의 첫 번째는 우리 나라 법의학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족적이 화려하지 않다는 것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명화에 걸 맞는 사건이 과연 우리 나라에 있었을까 하는 점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선물을 받게 되었고 읽었다.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다. 저자의 미술에 대한 해박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미술 작품과 연관해서 언급한 사건은 미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그런 사건이 언제 있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단지 이런 사건이 이 그림을 보니 생각났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 읽고 다시 그림을 보면 그다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의 나열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다. 그리고 대단한 법의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상상했었다. 그림의 어떤 점이 타살을 암시하거나 병의 징후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일거라고.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차라리 이런 사건이 추리 소설가에게 멎진 소재로 쓰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의 그림과 그의 병력에 대한 설명은 그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웠다. 또한 유아 돌연사중 어머니의 젖을 먹다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경각심을 주었고 모나리자의 그림에서 그녀의 임신이나 그에 따른 손의 부종에 대한 설명은 신선한 그림 보기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이 책에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여기 나열된 사건들이 그 다지 매력적인 사건 - 사건이 매력적이라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이 아니어서 아쉽다. 아무래도 연대가 좀 오래된 사건들 같은 생각도 든다. 제목이 '명화와 사건'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제목이 독자를 현혹시키는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마치 명화에서 어떤 사건을 알아낼 수 있다는 듯한 암시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림을 보니 이런 사건이 생각났다 라는 식이니... '명화를 보고 연상된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 나라 법의학이 더 많이 발전되어 정말 실질적인 수사에 일익을 담당할 날이 하루 빨리 와서 검시관 탐정이 등장하는 우리 나라 추리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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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9-1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딱입니다. "명화를 보고 연상된 사건". 그림과 거의 관련없는 것도 많고... 억지로 끼워다 맞춘 듯한 것도 많아서 보면서 좀 짜증났어요. 그래서인지 이 사람 새 책 냈던데, 손이 안 가더라구요.

물만두 2004-09-1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샀으면 후회할 뻔했던 책인데 흐흐흐... 다행입니다.

soyo12 2004-09-14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에 대한 평은 팬다님 풍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