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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앤 나이트 ㅣ 블랙 캣(Black Cat) 3
S. J. 로잔 지음, 김명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겨울, 그리고 밤... 이것은 어른이 된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날들을 말한다. 춥고 어두운 가운데 있어야 하는, 아니 살아야 하는 존재가 어른이다. 어른이 된 뒤에는 그 어떤 기회도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봄과 하루를 낫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변하지 않는 것, 결코 멈추지 않는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인 인간의 모든 삶이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가출을 한다. 그 아이의 삼촌인 탐정 빌 스미스와 그의 동료 리디아 친이 그를 찾아 나서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이 작품에서 미식축구가 상징하는 것은 동류의 가치관을 말한다. 어느 곳이나, 어떤 마을이나 신성 불가침 적인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되고 용서를 해 줘야 하는 그 어떤 것...
올림픽 시즌이니 금메달을 딴 선수를 예로 들면 적절할까... 금메달을 땃으니 그가 저지른 경범죄 정도는 넘어가 줘도 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는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국위 선양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단지 우리는 그래, 전통이야만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미국이 지금 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세계 평화가 아니라 우린 원래 그래가 아닐까. 아니면 그런 것만이 그들에게 통용되는 것일지도...
하나의 범죄가 묵인되면 그 범죄는 언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더 추악하고 더 흉직한 모습을 하고... 한번의 살인은 어렵지만 살인을 하고 나면 두 번째는 쉬워지듯이 하나의 범죄를 묵인하면 그 다음 범죄 또한 묵인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범죄를 묵인한 많은 이들의 삶이 저당 잡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를까... 아니다. 아이들이 모르게 만드는 것, 아이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묵인과 분위기, 그리고 잘못을 해도 다른 것이 채워지면 된다는 생각을 심어 주기 때문에 그들이 총을 잡고 난사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번 정의란 없다란 말을 하게 된다. 도대체 정의란 말은 왜 생겨난 것일까. 세상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 하나를 증명하려고 내가 새롭게 만난 두 탐정 빌 스미스와 리디아 친을 만났다는 것이 씁쓸하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개발에 땀나게 뛰어다니고 난 무엇을 위해 이 책을 읽었단 말인지...
재미는 책의 두께에 비하면 평이하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 짜임새는 있다. 단 며칠간의 일을 이렇게 길게 쓰다니... 이 책의 장점은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머리를 쓸 필요도 없다. 단점은 책의 두께에 비해 무언가 허전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중점을 둔 사회적 문제가 공감을 얻기 힘든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필립 말로의 쓸쓸한 분위기와 기사도 정신은 빌 스미스에게서도 보여지고 있다. 정말 필립 말로의 긴 그림자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그래도 시리즈인 만큼 더 출판되었으면 한다. 한 권만 가지고 탐정이나 작가를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물론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마지막 말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경험의 노래>에서 적은 것으로 대신한다.
내 아이들아 집으로 돌아오라
해는 지고
저녁 이슬이 맺혔노라.
너희들의 봄과 하루는
노는 중에 지나가지만
너희들의 겨울과 밤은 변장하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