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배심원 1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10
존 그리샴 지음 / 시공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런어웨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원작인 책을 읽게 되었다. 존 그리샴은 참 똑같은 책들을 어쩜 그리 많이 만들어 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그 능력은 높이 살 만 한 것 같다. 사실 1990년대 이후 미국 베스트셀러를 보면 존 그리샴 작품이 너 댓 작품이나 포함되어 있다. 그는 가장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다.  

존 그리샴의 패턴에서 조금 벗어나는 작품이다. 그다지 많이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존 그리샴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초짜 변호사가 등장한다. 물론 이것은 <소환장>에서 이미 깨졌지만. 그리고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에서 이긴다. 그러나 그들은 결말에 이르러 결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 않는다. 마치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는 존 그리샴의 말이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소송, 관심 소송이 담배 소송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그들이 남의 나라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의 소재가 등장한다. 하나는 담배 소송이라는 그 당시의 이슈가 되는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배심원이다. 미국의 재판이란 배심원에 의해 결정 나는 재판이다. 배심원이 유죄라면 유죄가 되고, 무죄라면 무죄가 된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변호사가 아닌 배심원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 재판에서 배심원의 판결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12명의 배심원 중 9명의 표를 얻어내야 판결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쪽 변호사들은 헐리우드 스타처럼 카리스마를, 정치인같은 언변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배심원이 된 남자가 그 배심원들을 교묘히 조종해서 한쪽에 이롭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나라에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있지만 이때는 무배심원유죄 유배심원무죄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맹점에도 불구하고 왜 배심원 제도가 있어야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심원을 돈으로 매수하지 않더라도 자기편 배심원이 사라진다면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배심원을 조종하는 것이 전부일까. 아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에서의 주인공처럼 도망을 간다. 돈을 들고튀는 것이다. 왜? 정의란 없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에는 교회에서 면죄부를 팔았고 지금은 정의를 사고 판다. 아니 법을 사고 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목표는 돈이다. 돈이 아니라면 인간이 왜 사느냐고 작가는 말하는 것이다. 담배의 해악을 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그건 단지 소재일 뿐 주제는 아니다. 주제는 돈이다. 돈 놓고 돈 먹기를 변호사와 배심원이 펼치는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장면과 풍자는 역자는 맨 앞에 나온다고 하지만 난 다르다. 마지막에 나온다. 떨어지는 담배 회사의 주식을 다시 팔고 사는 모습으로. 그것은 돈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를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배심원이라면, 그래서 누군가 당신에게 10억 원을 줄 테니 우리편을 들어 달라고 한다면 당신은 그 돈을 무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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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1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인상적이었슴다. 존 쿠삭의 연기가 좋았었죠. ㅎㅎㅎ

물만두 2004-08-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영화가 좋았다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sayonara 2004-08-1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책보다 영화가 좋았습니다.
간결한 요약, 적절한 설정변화, 배우들의 호연, 특히 원작에는 없던 진 헥크만과 더스틴 호프만의 화장실 토크가 인상적이었지요. 카리스마 대결~

물만두 2004-08-1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한테 들은 거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