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벽 1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한 남자의 갑작스런 죽음과 두 소녀의 당돌한 살인이 거의 동시에 벌어지면서 쿠르트 발란더를 궁지로 몰아 넣는다. 쿠르트 발란더는 피터 러브지의 <마지막 형사>에 등장하는 다이아몬드 형사처럼 구식 형사다. 나이는 50세고 이혼했으며 딸은 떨어져 살고 친구라고는 한 명 있었는데 그마저 우정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동료는 그의 뒤통수를 친다. 여기에 정말 발란더 당신마저 외치고 싶은 일까지 겪는다.  

이게 가능하리라. 조만간. 우리의 사회는 얼마나 취약한 구조로 점점 변하는 지. 마치 도미노를 늘어놓은 듯 하다. 하나만 톡 건드리면 모두 쓰러져 버리고 마는. 그런 혼란을 틈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화풀이? 아니면 복수? 범인들은 무엇을 하고자 했던 것일까. 쿠르트 발란더가 외로움에 몸부림을 치다 코를 빠트린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을 쿠르트 발란더 마저 일으키다니. 하여간 남자들이란이다.  

한 남자의 죽음보다는 소녀들의 이유없는 살인에 주목했던 발란더는 그 남자의 시체가 없어지고 도주했던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자 그제서야 어떤 연관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찾아낸 컴퓨터안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방화벽을 깨기 위해 발란더는 미 국방성을 해킹 했던 소년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무언지 모를 일의 D-데이가 20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면서도. 그 와중에도 살인은 계속 일어나고 발란더는 하나 있던 친구마저 떠나 보내고 동료 경찰에게는 배신을 당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나라 증권 시장이나 기타 컴퓨터 보안 체계가 허술한 것은 전 세계가 아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해커들이 뚫고 싶은 곳, 아니면 잘 뚫리는 곳이 등장할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밍크를 풀어 주듯 돈을 풀어 버린다??? 그럼 밍크는 자연으로 돌아갈까? 그럼 돈은 어디로 갈까? 과연 가난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될까? 마지막에 아시아 증시의 폭락은 아마도 아시아에 닥친 IMF를 나타낸 것인 모양이다. 이제야 우리는 그때 우리에게 조언한 IMF 관계자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  

옛 말에 99칸 집에 사는 사람이 1칸 짜리 집을 노린다고 했다. 부자의 욕심은 끝도 없는 법이다. 하지만 세계화 이대로 나 둬도 좋은 지의 답은, 아니 생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가까워지고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구조로 나아가면서 아무리 많은 방화벽을 구축한 들 하나만 쓰러지면, 가장 나약한 한 부분만 잘 찾아내면 세상이 폭삭하는 것도 순식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가장 힘들어질 사람들이 누군 지는 자명한 일이다.

쿠르트 발란더도 자신의 경찰 세계에서 먹고 먹히는 경험을 잠시나마 했으니 작가도 이점을 잘 알 것이다. 단지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겠느냐 하는 뜻이라 생각된다. 해지 펀드가 아무리 많이 돌아다녀도 어쩌겠는가, 그 심각성을 모르는 정부를 가진 우리인 것을. 세상은 그리 생겨 먹은 것이다. 이제 이상을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발란더의 딸 린다가 경찰이 되고자 한다. 그녀가 경찰로 활약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을 지 걱정된다. 이 책이 쿠르트 발란더의 마지막 출판물이 아니기를 바란다. <웃는 경관>의 마르틴 베크를 닮은 그의 계승자 쿠르트 발란더. 노쇠해 가지만 그의 딸 린다의 활약까지 보고 싶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딸을 지지해 주면서 늙어 가는 발란더를 보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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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8-0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이 없다니...
흑흑, 그런데 저도 추리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하긴, 추천은 책에 대한 추천이 아니라 독후감에 대한 추천 아니겠어요.
흐흐...
그래서 밑의 책에 대해 추천하렵니다.
물만두님... 샌더스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으시렵니까.

물만두 2004-08-03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스 샌더스... 추리 소설가지요. 처녀작은 <앤더슨의 테이프> 그 유명한 닉슨 도청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썼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 작가의 탐정은 댈러니 경감과 맥널리 탐정이 있습니다. 댈러니 시리즈는 진지한 경찰 대 범인의 이야기구요. 맥널리의 작품은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서재의 작가, 시리즈란에 가시면 만날 수 있습니다.
흑... 님이 애써주신 보람이 없어 죄송합니다...

2004-08-04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4-08-04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그게 문제였다니 감사합니다. 2%가 아니라 한 50%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