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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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작품으로 정말 보고 싶던 작품을 어렵게 구해 읽었다. 스케도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도 기리노 나츠오와 같이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이 작품은 분명 추리 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들, <푸른 불꽃>, <천사의 속삭임>은 추리 소설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를 가미시킨 작품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친구가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작가 세나 히데아키가 아닌가 하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그럼 작품 내용으로 넘어가 보자. 한 남자가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지를 신참 보험사 직원에게 문의를 해 온다. 그는 자살을 막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한 어린아이의 자살을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계속 보험과 관계된 사건이 일어난다. 보험사 직원은 검은 집의 흉계 속에 빨려 들게 된다. 그 어두컴컴한 집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 작품은 보험 사기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보험회사에 취직한 남자가 자신이 상담을 간 검은 집에서 자살을 목격하는 목격자가 되고 범인을 아이의 의붓아버지로 생각하지만 증거가 없어 보험금이 지급된다. 그 뒤 이번에는 그 아버지의 양팔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때 그는 검은 집의 진짜 실체를 알게 된다.  

이렇게 썼다고 이 작품을 <링>같은 호러 작품과 착각하면 안 된다. 이 작품은 물론 호러적 느낌도 있지만 엄연한 추리 소설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어떤 면에서 보면 유키토 아야츠지의 작품과도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  

현대 사회는 붕괴와 파멸의 지름길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처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범죄 성향이 있거나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제거하게 될 지, 아니면 드러난 범죄 성향의 사람보다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서서히 사회를 좀 먹어 가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을 문제 삼아야 할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는 제대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할 것인지. 책을 덮고 난 뒤 질문이 더 많아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흔히 추리 소설의 소재로 사용되는 보험사기에 관한 내용이다. 보험 사기 사건은 영국에서 최초로 생겨났다고 한다. 이때도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결혼을 하고 보험을 든 뒤 여자를 살해한 엽기적 사건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방법이 행해지고 있지만 최초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언제나 사망시 지급되는 보험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험에 들고 살인을 한다. 돈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것이다. 보험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인 물욕을 자극하는 상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돈 때문이 아니라면 보험을 들 이유도 없을 테니까. 미래를 위해, 가족의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사람들은 보험을 든다. 그 보험이 때론 양날의 칼처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비수가 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아니 어쩌면 사람들은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드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광기는 얼마나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점을 개인적 한 인간에 초점을 맞춰 쓴 작품이다. 기시 유스케. 참 괜찮은 작가다. 하지만 당분간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기는 힘들 듯 하다. 출판사가 출판 계획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기대를 가져 본다. 기왕이면 추리적 냄새 가득한 작품이 출판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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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28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러로 분류해도 무리없을 만큼 무시무시 오싹오싹...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습니다. 물론 무지 재미있었지만.. ^^;;

물만두 2004-06-28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호러부문 상을 받은 거라 그럴겁니다. 저는 무섭다기 보다 추리적 관점에서 봐서요... 호러 좋아하는 분들 봐도 좋겠네요...

물만두 2004-06-28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이 작가는 그다지 호러는 아닙니다. 특히 <푸른 불꽃>은 성장 소설이라 할 만하죠. 저도 호러는 못 읽어요. 스티븐 킹은 아예 제낀 지 오래되었는 걸요. 심지어 만화 <백귀야행>도 밤에는 못 본답니다...

sayonara 2006-06-12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완전 호러 아닌가요!?
'13계단'을 읽고난 다음에 읽어서 그런지... 한 40페이지 읽었는데 도저히 더는 못읽겠습니다.
'13계단'은 확실히 월드컵보다 재미있는 소설인데, '검은집'은 확실히 월드컵보다는 재미없는 소설같습니다.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은 되는데... -ㅗ-;;;

물만두 2006-06-1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추리소설로 읽음 호러로 안보이는데요^^;;; 그게 요즘 작품들이 편차가 있어서 나왔을때 제때 읽지 않음 사회파라던가 범죄소설은 퇴색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작가가 언제나 그리는 소재는 청소년기의 심리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감안하시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