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
P.D. 제임스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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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경찰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P. D. 제임스가 창조한 댈글래시 경감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작가는 두 명의 탐정을 창조했다. 한 명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담 댈글리시 경감이고 또 한 명은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에 등장하는 초보 탐정 코넬리아다. 물론 코넬리아의 작품에도 댈글리시가 조연으로 등장하기는 한다. 아담 댈글리시는 시인이자 경찰이다. 그리고 독신이다. 어떤 성격인지 명확하게 작품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심한듯 시크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고 경찰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보이면서도 사건 해결에 끈기를 보인다.  

어떤 살의 (A Mind to Murder), 나이팅게일의 비밀 (Shroud for a Nightingale), 소망 그리고 욕망 (Devices and Desires)을 읽고 이 작품을 읽은 결과 P. D. 제임스의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스타일과 콜린 덱스터의 스타일의 중간 정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처럼 트릭 위주의 거실 중심의 추리에서는 벗어났지만 콜린 덱스터의 좀 더 치밀하고 세련된, 그리고 집요함은 결여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달글리시의 성격이나 그의 추리나 어떤 집요함이 결여된 형사로서의 무심함에서 비롯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제임스의 작품은 재미보다는 그런 달글리시의 무심한 인생에 대한 관조적 느낌을 같이 느끼기 위해 보는 것 같다.

자신의 아버지 친구인 신부의 엽서를 받았을 때는 입원 중이었고 퇴원해서 그를 찾았을 때는 이미 신부는 고인이 되어 있어 그가 자신과 의논하고 싶어한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게 되어 난감해 하는 댈글리시 앞에 신부가 머물던 요양원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짐을 감지하고 그는 요양원에 머문다. 사이비 종교 집단 같은 그곳에서 원인 모를 사건이 발생하고 댈글리시는 그곳에서 발을 뗄 수 없게 되는데 과연 이 곳의 은밀한 비밀은 무엇일까. 요양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사람들이 사고로 죽는 경우가 이상하게 많다. 몇 안 되는 요양인들 중에서. 의문을 느낀 댈글래시가 조사를 하는데 그가 발견한 것은 참으로 기막힌 것이었다.  

P. D. 제임스의 작품은 사실 댈글리시 경감을 보는 맛에 자꾸만 손이 가게 되는 작품들이다. 이미 아가사 크리스티가 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보여 준 뒤라 이 작가에게 어떤 사건적 트릭이나 시대를 앞선 범죄 심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작가는 지극히 아가사 크리스티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켜 내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며 경찰인 주인공 댈글리시라는 인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인물이 가진 이 부조화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분산시키고 교묘히 사건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 메마른 듯 하면서도 기묘하게 감상적이고 철학적인 경찰 댈글리시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런 시를 쓰는 독특한 경찰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작품을 보는 독자에게 댈글리시를 분석하는 재미로 이 작품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1975년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1970년대라는 시대 배경이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어떤 공통점을 갖는 지 안다면 너무 쉽게 풀리는 작품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도 비슷한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을 보면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에 이런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참 걱정스럽다. 하지만 걱정만 할 수밖에 없으니. 평이하지만 사회 문제를 잘 담아내고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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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4-07-1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