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쪽바다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 지음, 안금영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7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프랑스 범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스페인의 최고 문학상인 플라네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페페 카르발로 탐정 시리즈로는 네 번째 작품이면 이미 두 번째 작품인 <문신>도 출판되어 있다. 하지만 두 작품뿐이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스물 네, 다섯 권 정도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두 권뿐이라는 것은 참 우리 출판계에 비애감마저 느끼게 한다. 잘 안 팔려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작품은 1979년 작품이다. 우리와 같이 독재 정치를 경험한 나라인 스페인의 변화 과정을 담담하게 살인과 함께 담아 내고 있는 작품이다. 남쪽 바다로 떠나겠다던 한 부호가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카르발로는 이 사람의 사라진 일년 여간의 행적 수사를 의뢰 받는다. 그를 찾아 떠나면서 옛 프랑코 정권을 그리워하는 인물도 등장하고, 공산주의를 원하는 인물도 등장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인물도 등장하면서 변화기 스페인 사람들이 겪어 낸 것들을 더듬고 있다. 자신도 프랑코 정권의 몰락을 위해 청춘을 바치다 감옥에 가고 나라를 떠나 미국에 있다 온 입장이지만 카르발로는 나이에 걸맞게 중심을 잃지 않는다.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지 않고 삶의 메마름만을 음미한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가곡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푸른 물 눈에 보이네...’를 연신 흥얼거렸다. 마지막 구절처럼 남쪽 바다는 인간이 인간으로 살면서 그리는 이상향의 한 조각일 뿐이다. 결코 갈 수 없고 가려 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쯤 꿈 꿔 보는...
이제 <문신>을 읽어야겠다. 작품 하나로 작가와 인물을 논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페페 카르발로같이 나이가 들어도 치우치지 않는 그런 인물을 그릴 수 있는 작가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리 소설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