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7퍼센트 용액
니콜라스 메이어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셜록 홈즈를 읽었을때는 셜록 홈즈가 마약을 했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다가 완역판이 나오고 나서야 그가 마약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사건이 없을 때 마약을 하곤 하던 그의 모습은 냉철한 셜록 홈즈와는 어딘가 매치가 잘 안되는 부분이어서 늘 내 머리 한구석에 의문으로 남았었다. 그런 의문을 나콜라스 메이어는 셜로키언들에게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이 작품이 비록 한 작가의 픽션이기는 하지만 나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작품은 왓슨의 고해성사로 시작한다. 왓슨은 자신이 어떤 셜록 홈즈가 관련된 사건을 고의적으로 다르게 썼음을 밝히고 그 사건의 진실을 공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것은 셜록 홈즈와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셜록 홈즈가 이상하다고 느낀 왓슨은 그에게서 모리아티 교수라는 엄청난 범죄자의 이야기를 듣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의심하게 되는데 결혼을 해서 따로 살다 다시 함께 살던 베이커가의 옛 하숙집으로 홈즈를 찾아간 왓슨은 그가 마약에 중독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그를 찾아온 모리아티 교사는 홈즈의 스토킹에 괴로워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왓슨은 이 난감함을 해결하기 위해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의 도움을 받는다. 

왓슨와 마이크로프트가 홈즈를 치료하기 위해 모리아티를 홈즈가 쫓아가게 만들고 결국 홈즈가 가게 된 곳이 오스트리아의 마약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알려진 프로이트 박사의 집이었다. 여기에서 독자는 위대한 정신의학의 선구자 프로이트와 탐정의 선구자 셜록 홈즈와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를 돕고 처음에는 프로이트가 셜록 홈즈를 돕게 되지만 나중에 사건이 일어나자 프로이트를 홈즈가 돕게 된다. 이 둘의 만남만으로도 이 작품은 꽉 차보이는데 왓슨은 그 안에서 조정자 역할을 잘 수행해서 작품이 매끄럽게 나아가도록 하고 있다.  

나는 셜록 홈즈를 캐릭터로만 인식했었다. 그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탐정적 캐릭터라는 점이 너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셜록 홈즈보다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뤼팽에게 매력을 느꼈다. 나는 공공연하게 셜로키언이 아니라 뤼피니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 작품 속에서 셜록 홈즈는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소설이라는 공간에서 숨을 쉬는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셜로키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홈즈와 왓슨을 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의 우정은 너무도 견고하고 강철같아서 기존에 알고 있던 홈즈의 조수로서의 왓슨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렸다. 명탐정 포와로는 헤이스팅스없이도 혼자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왓슨없는 홈즈는 생각할 수 없다. 이것을 어떻게 단순히 탐정과 조수라는 관계로 설명할 것인가? 친구로 나오지만 그들은 친구 이상의, 형제보다도 더 깊은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홈즈는 왓슨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홈즈와 왓슨, 그리고 프로이트가 공존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이런 작품을 탄생시킨 니콜라스 메이어에게 감사한다. 또한 셜록 홈즈와 왓슨을 탄생시킨 코넌 도일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정말 셜록 홈즈 패스티시의 걸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 가운데 상상력과 셜록 홈즈의 작품을 치밀하게 연구해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코넌 도일이라도 수긍하게 만들었을만한, 그리고 그 뒤 작품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너무나도 완벽한 작품이다. 여기에 셜록 홈즈가 보여줄 수 있는 추리와 미스터리, 그 시대에 어울리는 모험까지 제대로 구사하고 있어 어느 한구석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연민의 눈으로 셜록 홈즈를 바라보게 만들어 셜록 홈즈가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친근하게 애정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기다리던 작품이 기대하던 것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황홀한 전율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셜록 홈즈는 영원불멸하리라는 것을 더욱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셜로키언들을 위한 꿈의 작품이란 바로 이 작품을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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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5-12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었는데 무척 재미있어요^^

물만두 2010-05-12 09:34   좋아요 1 | URL
그죠? 너무 만족스런 작품이었습니다^^

paviana 2010-05-1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슬슬 더워지네요. 다즐링 살인사건을 읽고 있는데 진도가 안 나가요.흑흑

물만두 2010-05-12 19:29   좋아요 0 | URL
집안은 추워요 ㅜ.ㅜ
다즐링 좀 싱겁다고 말씀드렸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