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시크하게 : 범죄의 시대 Nobless Club 20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무심한듯 시크하게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살라고 세상은 강요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폼생폼사 경찰 인생이 전부인 정태석에게는 무심한듯 시크하게 살는 것이 인생의 좌우명이다. 처음 정태석과 유병철 콤비가 등장하는 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1편을 봤을 때 시리즈로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작가가 시리즈로 또 내줘서 기쁘다. 이 책을 무심한듯 시크하게 읽어봤다. 

잠복근무가 경찰 생활의 태반을 차지하고 폼나는 범인을 한방에 제압하는 일은 그저 드라마나 영화속 경찰들의 이야기일뿐 오늘도 정태석과 유병철은 좁은 차 안에서 생긴 게 가물치처럼 생겨 가물치파라고 부르는 조직폭력배 두목도 모르는 별명을 가진 범죄자의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뒤를 밟던 중 가물치가 누군가 만나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좀이 쑤신 정태석이 또 일을 만들어 그들에게 잡히고 유병철마저 붙잡혀 죽기 일보직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박태하라는 가물치와 만난 인물은 그들을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하고 그는 견실한 기업가 행새를 하며 오히려 경찰에 압력이 들어온다. 

이렇게만 되면 또 다시 증거를 잡기 위해 뛰면 되는데 경찰도 보통 사람이다. 정태석은 연애중에 애인과 일이 꼬이고 유병철은 자신이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 아내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전재산이 날아가게 생겼다. 이때 유병철이 증거물로 수거한 캐비어라 생각한 통속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이 나오면서 유병철은 범죄의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여기에 정태석이 합세하며 일은 더 꼬이게 된다. 도대체 가물치파와 그가 만난 박태하는 무슨 질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절대 코미디는 아니다. 웃긴 얘기가 아닌데 피식 웃게 되고 보통 사람들 이야기처럼 조금 진부하고 교훈적이다. 그런데 사는 게 다 그렇다. 평범한 이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힘들듯이 평범한 경찰의 이야기는, 평범한 한국 경찰 이야기는 이렇게 덜 과장되는 것이 보기 편하다. 하드보일드가 있어도 한국식 하드보일드여야하고 느와르를 표방해도 한국식이어야하듯 무심한듯 시크하게도 한국식 무심한듯 시크하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캐릭터와 조화와 약간의 유머가 합쳐져서 괜찮은 경찰 소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경찰에게 가장 현실적인 것은 잠복근무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폼나고 멋진 거 없다고. 하지만 범죄자를 잡을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경찰이라고. 소설 속 경찰은 어딘가 지나치게 영웅적인 철인의 모습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부패한 모습의 극과 극으로 나뉘어 보여지고 있는데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들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점과 그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하고 있고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마치 3D업종처럼. 그래도 그들은 밥줄이라 놓치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그 일뿐이라 하기도 하고 약간의 정의감에 버티기도 한다. 그런 평범한 경찰들의 모습을 작가는 작품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세상이 살기 힘들 때 이 산 하나만 오르면 무언가 있을 거라 희망을 갖고 살듯 마지막에 유병철과 정태석이 가진 희망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정태석과 유병철뿐 아니라 경찰서 내의 다른 인물들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 나가면 더 좋은 시리즈가 되리라 기대된다. 물-조 콤비와 팀장님도 있으니까. 나는 이 작품이 한국의 87분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상운 작가가 한국의 에드 맥베인이라 불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3편을, 아니 계속 나와주기를...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3-30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3-3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 87분서 시리즈가 되려면 많은 이들이 읽어 주어야 되는데 국내에서 추리소설,특히 국내 추리소설을 잘 안읽는 분위기다 보니.........

물만두 2010-03-31 10:36   좋아요 0 | URL
어쩔수 없죠 ㅜ.ㅜ

Koni 2010-03-3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한국 추리소설을 읽어본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물만두 2010-04-01 10:27   좋아요 0 | URL
저는 일년에 몇편은 읽으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