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갑자기 엄마에게 아주 옛날 은혜를 입은 사람이 자신의 전재산을 남기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금 이 작품 안에서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유산은 무려 5억엔. 좋아해야 하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다. 아빠는 엄마와 유산을 남긴 남자 사이를 의심하다가 자신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집을 나가버리고 중학생인 아들은 자신이 누구 아들인지까지 의심하기에 이른다. 이제 이 어린 아들과 그의 친구가 탐정이 되어 엄마의 지난 시절 그 남자와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 하는데 사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5억엔이 생겼다고 마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처럼 외부에서 괴롭히고 이웃들은 그런 자신의 평범했던 이웃을 더 이상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남편은 회사에서 아내의 과거에 대한 추측으로 쑥덕거림에 시달린다. 이들에게 5억엔은 돈이 아니라 짐일뿐이다.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는 짐이다. 이런 단순한 사람들의 심리를 미야베 미유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아들의 눈을 통해서 어른들의 변하는 심리를 바라보게 하며 그 사실들을 심플하고 쿨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마지막의 반전은 조금 허무함을 준다. 뭐,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이해하게도 되지만 재미가 반감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여기에 극적인 요소도 별로 없고, 소년 탐정들이 등장해서 그런가 마치 소년의 성장통을 보는 느낌이 더 강했다. 미스터리보다는. 책을 덮은 뒤 내가 처음 생각한 것이 '미미여사는 왜 이 작품을 썼을까?'였다. 가족에 대한 이해에 관한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미야베 미유키다운 소재였지만 내용의 전개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소년 탐정이 등장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볼만한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기대를 하지않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고자 한다면 그러내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그나저나 대가의 모든 작품이 기대만큼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미야베 미유키때문에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조금 아쉬운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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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0-03-1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제 <메롱>을 읽고 역시 미미여사야 했는데....이책은 그냥 건너 뛰어야겠네요. 실망하긴 싫어요.ㅎㅎ

물만두 2010-03-15 15:44   좋아요 0 | URL
저도 메롱 볼걸 후회되요 ㅜ.ㅜ

세실 2010-03-1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잘 지내시지요.
오늘은 만두님 생각이 많이 나네요.
요즘 만두님 유머를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워요.
가족 분 모두 잘 계시지요?

물만두 2010-03-17 10:46   좋아요 0 | URL
세실님 방가요^^
가족들은 잘 있고 저는 감기 끛이라 아직 좀 그래요.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