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공주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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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추리소설이 선전하고 있다. 스웨덴 추리소설은 예전에도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가 나왔을 때 말이다. 하지만 그 뒤로 좀 뜸하더니 요새 다시 나오고 있다.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니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날씨와 색다른 독특함을 아무래도 주목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추리소설이 주는 추리소설로서의 기본을 눈여겨보게 된다. 다른 것들은 겻가지일뿐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작품 어촌 마을 피엘바카라는 곳을 배경으로한 사건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찰의 조사, 작은 마을 특유의 답답함과 전통적 시골스러움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알렉스라는 미모의 여인이 사체로 발견된다. 알렉스의 시신은 그녀의 25년전 친구 에리카가 보게 된다. 전기 작가로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고향에 돌아오게 된 에리카는 아직도 어린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의 갑작스런 절교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알렉스의 부모는 부고 기사를 부탁하고 이에 에리카는 알렉스에 대해 더 알고자 주변을 기웃거린다. 

피엘바카의 경찰인 에리카의 어린 시절 친구 파트리크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책임을 맡아 조사하던 중 경찰서에 온 에리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조사를 하고 에리카는 파트리크에게 자기가 조사한 것들을 알려주며 하나의 살인 사건과 25년전 실종 사건과의 관계, 어울리지 않는 상류층 부인이 된 알렉스와 알코올중독자이지만 화가이기도 한 안데르스와의 기묘한 관계, 그리고 살해된 알렉스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에 대해서 밝혀나가며 작은 마을이 품고 있는 거대하고 잔인한 비밀에 다가간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친하게 지내는 작은 마을일수록 어떤 문제가 생기면 쉬쉬하고 덮어두기는 경향이 있다. 또 그러는 것이 쉽기도 하고. 사람이 사는 곳은 멀리 떨어져 있는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저지르는 죄는 인종이나, 국적, 종교 등 모든 것을 초월해서 같으니 그것 또한 참 희한한 일이다. 작품은 작은 마을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사정을 하나 하나 잘 풀어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기에 에리카와 파트리크의 로맨스라는 양념을 더해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좀 허무한 감을 준다. 

극적일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너무 마무리를 급하게 한 것 같이 느껴진다. 아직 에리카의 동생 안나의 문제도 남아 있고 또 율리아의 문제도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사람살이의 일부분으로 보여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거기에 처음 살인자로 지목된 안데르스의 알리바이를 잘못 알려준 이웃에 대한 문제는 그냥 넘어갔다. 큰 틀에서 보자면 생략해도 좋을거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런 모든 것을 긴장하면서 본 나는 마지막에 맥이 빠져버렸다. 그건 어쩌면 파헤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파헤친 탓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된 파트리크의 심정과 같지 않을까. 더 큰 공포가 시한폭탄처럼 걸어다니고 있음을 알면서도 어찌 해볼 수 없는 그런 막막함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작품이다. 범죄는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범죄자가 눈에 보이고 눈으로 보아 판단된다면 그는 범죄자가 아니다. 범죄자는 눈으로 판단할 수 없기에 위험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안나처럼 폭력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여성들이 있는 한 범죄는 계속 가정에서부터 자라게 방치하는 거라는 걸 깨닫기를 바란다. 만약 안나가 게속 남편에게 맞고 살고 아이들까지 맞고 자랐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니까. 얼음의 차가운 표면만 보지 말라고 작품은 말하고 있다. 그 얼음 아래 숨어있는 더 냉기 가득한 범죄를 보라고. 그것은 바로 우리 옆에서 냉기를 뿜어내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듯한 작품이었다. 

스웨덴 특유의 마을 특색을 잘 담아내고 있으면서 마지막은 그래도 유머러스하게 에일레르트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뜬금없으면서도 한 노인의 집념의 승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래서 어떻게 세상을 사나 싶다가도 살게 되는 게 아니냐고, 세상 살 만하다고 작가가 마지막에 윙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얼음같은 차가운 세상에 한 줄기 따사로운 햇빛같은 조화를 이뤄주는 씬 스틸러, 에일레르트 아저씨 화이팅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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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1-0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이제야 읽었군요.
난 이 책 좀 그렇드라구요.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건드려만 주고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게 없었어요.
내가 보는 게 문제가 있었나? 암튼요...

물만두 2010-01-04 11:51   좋아요 0 | URL
마지막이 좀 그랬죠?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에는 소재가 그랬죠. 또 이런 문제는 이 작품처럼 되기가 더 현실적이다 싶기도 하구요. 픽션이 픽션답지 않아 재미는 반감됐지만 대신 생각할 여지는 남겨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뭐 마지막에는 유머도 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