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코넬 울리치의 작품은 어둡다. 그의 작품은 제목에도 많은 들어 있지만 색으로 표현하면 검은색이다. 까만 밤처럼. 그 밤을 배경으로 작가가 독특한 작품을 썼다. 시간의 제한을 두고 점점 불안과 공포로 숨막히게 만들고 그런 한편에서는 경찰들이 실체가 모호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초를 다툰다. 과연 작품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짧은 시간 동안의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조여오는 실체없는 공포를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숀은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자살하려는 걸 막는다. 그 여자는 자신을 살려준 것을 원망하며 자신이 왜 자살하려는 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공포의 시작은 부잣집 외동딸인 진의 집에서 하녀 한명이 그녀의 아버지가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저 불쾌하게 여겨 그 하녀를 쫓아내지만 그녀도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결국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사라졌다 추락해서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그녀는 결국 그 하녀의 집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는 앞날을 예언하는 이상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그녀의 아버지는 무사할 거라는 걸 알린다. 예언은 적중되고 아버지는 불안해하는 딸을 위해 그 남자를 찾아가 사기꾼임을 증명하려 하지만 그 남자의 말에 빠져들어 모든 것을 그와 의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남자는 진의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음을 얘기하고 여기에 불안해진 진이 자살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숀은 자신이 경찰임을 알리고 그가 그들을 보호해주겠다고 나선다. 숀은 상관에게 이 일을 보고해서 그 남자가 사기꾼이자 살인자임을 밝히려 애를 쓰고 그동안 진의 집에서 함께 있으며 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로 한다. 숀의 상관은 각각의 경찰들에게 그동안의 일들이 조사에 의해 현혹시킨 속임수임을 알아내도록 지시하고 경찰들은 그 일을 입증하기 위해 나선다. 또한 죽음에 연관되는 사자에 대해서도 조사하기에 이른다. 이미 그녀의 아버지는 시시각각 줄어드는 자신의 삶의 시간을 재며 넋이 나간 상태였고 하인들은 불안해서 공포에 떨며 집을 거의 모두 나가고 만다. 도대체 사자가 죽일 거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그의 예언은 진짜였는지, 어떻게 경찰들이 모든 것을 밝히게 될지 불안과 공포는 점점 그들은 짓누르는 가운데 시간은 분단위로 쪼갤 수 있는 아주 모래알 같은 시간만이 남는다. 

누군가 죽음을 예언한다고 해서 이렇게 공포에 떨수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저 흔한 집시 노파의 수정구슬 점으로 치부하고 웃어 넘길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과 그의 아버지는 부자다. 부자들은 외롭다. 누구도 믿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누군가의 말을 더 잘 믿게 된 건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말이다. 그리고 자기도 잊고 있던 기억까지 맞추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이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리라는 것 또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극단적 불안 심리와 거기에서 오는 공포를 작가는 잘 표현하고 있다. 잘못된 믿음의 결과가 어떤 일을 가져오는지 편집광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은 정말 믿기 힘든 결과로 다가온다.  

아주 단순한 불안을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나는 코넬 울리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밤 하늘의 별조차도 불안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건 마치 어린 아이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들에서도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것과 같다. 밤 하늘의 별이 무섭다면, 그것이 자신을 감시하는 눈처럼 보인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겠는가. 작가는 이런 불안과 공포를 단순하게 그것이 시작된 진과 그의 아버지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모든 등장 인물들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옆 사람이 불안하면 그것을 보는 사람도 불안해진다. 공포를 느낀다면 그 주위 사람들도 느끼게 되어 있다. 이런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키면서 작품 전체를 극한의 서스펜스로 마지막까지 몰아가고 있다. 밤과 어둠에 역시 탁월한 작가다. 그 동안 이 작품을 볼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보게 되서 감개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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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2-14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오래전 헌책방에서 구입했던 중학생이란 잡지에서 번역되었던 한회를 봤던 기억이 나는 작품입니다.드디어 나왔는데 물만두님 리뷰를 보니 더욱 보고 싶어지네요

물만두 2009-12-15 10:23   좋아요 1 | URL
코넬 울리치란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