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리노 나쓰오는 독특한 작가다. 그녀의 작품에는 일관되게 자유를 갈구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마사코도 마찬가지다. 신용금고에 20년이나 다녔지만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말단에 있다가 반항했다는 이류로 정리 해고 된 여자. 그녀는 자신의 상처로 가족을 외면하고 도시락 제조업체에서 야근 파트타임 직원을 일을 한다.  

그녀가 직업을 낮 근무에서 밤 근무로 바꾼 것은 가정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녀의 가족. 남편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과도 멀어져 자신의 세계만을 구축하고 아들은 퇴학당한 뒤 실어증에 걸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다. 그들 모두는 자폐증에 걸린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동료의 남편 살해는 어떤 의미에서 탈출구였는지 모른다. 여자도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나타내려는 그녀 안의 무언가가 자유롭게 표출된 것이다.    

이 작품은 네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다. 삶에 찌든 여자들이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에 일을 한다. 서로 다른 네 여자가 어느 날 한 여자의 남편 살해로 인해 모의를 하게 된다. 남편의 시체를 은폐하기로. 그 일의 중심에는 마사코가 있다. 그녀는 강인한 여자다. 언제나 기리노 나츠오는 여성들의 정체성 찾기를 작품에 중점을 둔다. 이 일로 시체 해부 사업까지 벌이는 여자들. 오로지 돈으로 뭉친 여자들. 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삶, 지금까지의 평화로웠던 카멜레온같은 삶을 한 순간에 빼앗긴 남자가 복수를 위해 다가온다.

네 여자가 동료의 남편 살해에 가담하게 된다. 아내는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그 일을 동료에게 의논한다. 세 여자는 동료의 남편의 시체를 처리해 준다. 그러면서 그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한 여자는 살해당하고 남편을 살해한 여자는 보험금을 빼앗기고 또 한 여자는 딸의 가출을 기회로 집에 불을 지른다. 자리 보전하고 누워 있는 시어머니와 함께.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마사코는 또 살해를 당하려다 살해를 하고 만다. 그리고 떠난다. 자유를 찾아, 돈을 갖고.  

삶은 이런 것일까. 산다고 사는데도 버겁기만 하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나아지지 않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뻔하게 사는 것. 그래서 기존의 사회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어두운 터널.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 공허한 메아리처럼 자신의 가슴만 치기에는 분하고 억울한 삶이다. 차라리 세상에서 아웃 당하는 게 낫다.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궁지에 몰아 차라리 아웃 당하는 게 낫다는 생각하게 하지는 않는 지. 아니면 이 책을 읽는 자신이 그런 존재는 아닌지. 왜 삶이 이렇게 고단하고 서글퍼야만 하는지. 인간이 태어남에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등장 인물 모두가 조금씩 삶에서 비켜나 있는 인물들이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야만 하는 이들. 그들은 언제나 도움을 청하는 손을 내밀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절. 이것이 이들을 삶의 밖으로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의 무언가를 찾게 만들기도 하고, 체념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자신의 조국에 돌아와 냉대만 받는 브라질에서 온 반 쪽 짜리 동포처럼. 하지만 작가는 이대로 주저앉게 만들지 않는다. 다시 길을 떠나게 하고야 만다. 무엇을 찾아야 할 지 모르지만 고인 물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는 듯 보인다. 한번쯤은 당신도 자유롭게 날아 보라고 말하는 듯 한 작품이다.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말이다.    

작가는 마치 여자는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회는 여자에게 정당한가를 묻는 듯 하다. 작가의 인생사가 작품을 읽으면서 더욱 궁금해진다. 그녀에게는 어떤 상처가 있는 것일까. 그녀는 어떤 자유를 원하는 것일까. 가족과 사회로부터 자발적 아웃을 선택하는 것만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아닌가, 그 길만을 남기고 막다른 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zydevil 2009-11-03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사회로부터 자발적인 아웃을 선택하는 것만이 자유를...'
그러게요. 저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네요.

물만두 2009-11-03 13:15   좋아요 1 | URL
네. 이 작품의 마지막이 그래서 인상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