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미스터리 야! 4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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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는 인간은 없다. 문제없는 가정이 없기 때문이다. 작던 크던 우리는 늘 자기만의 문제를 가지고 살아 간다. 여기 한 여자가 자신의 젊은 날에 묻어 두었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어려서 아버기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나가 버린 뒤 애늙은이가 되어 책만 읽고 달리기는 걸 그저 좋아하던 구와야마 미라가 글로 당시를 이야기한다. 그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남자같은 아이 미라에게 한 소녀가 다가온다. 이름은 사기리, 부잣집 외동딸인데 미라가 좋아서 전학을 왔다고 한다. 황당하지만 미라는 그녀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를 재수없게 생각하던 학교 불량소녀들과의 싸움을 목격하게 되는데 거기서 사기리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을 보고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여고생들의 이야기라 할만 하다. 무언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 친구, 자신과 다른 친구의 집안과 자신의 집안을 비교하지만 기죽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 우정을 쌓아가고자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의 모습은 밝고 경쾌하기만 하다. 그 어디에서도 어두운 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기리의 폭력성으로 찾게 된 그녀의 대저택에서는 그녀의 이모이자 계모가 사기리가 태어날 때 쌍둥이였는데 쌍둥이 오빠가 사산되고 엄마가 직후에 죽은 것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자기 안에 오빠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니까 폭력적인 모습이 나올때는 마치 이중인격이 있는 것처럼 사기리의 쌍둥이 오빠라는 것이다. 사실인지 고민을 하는데 사기리의 할머니는 집안의 내력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집안이 망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사기리를 부탁한다. 집안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미라에게 사기리를 부탁하고 있다. 참 묘하고 이상한 집안이지만 너무 다른 수준 차 때문에 어안이 벙벙하던 것도 잠시 여름 방학에 별장으로 놀러갔다가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제 후반부는 추리소설의 면모를 드러내며 작품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마치 인간에게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소설에도 청춘소설과 추리소설이 공존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은 작품이다. 초반부의 경쾌함에 넋놓고 있다가는 후반부를 순식간에 지나치게 된다. 작가는 여기에서 템포 조절을 하는 것 같다.  

물총새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을 감상하다 먹이를 잡기 위해 물 속으로 빠르게 뛰어들어 순간적으로 먹이를 낚아채듯이 말이다. 미라는 물총새를 보러 갔다가 물총새를 본 값을 톡톡히 치른다.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빠가 사준 책에서 본 물총새라는 이야기는 그녀의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물총새가 사는 숲에 별장을 가진 부유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라는 아이러니한 면도 보여준다. 물총새는 가족에 대한 상징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미라에게는 눈을 뜨게 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제목이 왜 '물총새의 숲'인지 잘 표현하고 있다.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가 포인트임을 미리 이야기하고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연쇄 살인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나 주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경찰을 혼란에 빠트려 차분히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설령 독자가 범인이 누군지 알았다 하더라도 에드거 앨런 포를 다 읽지 않았다면 알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 이전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추리 소설의 아버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가지고 살인 사건을 벌이는 범인, 그 범인은 너무 늦게 알게 되는 미라, 한 집안의 문제가 오랜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다가 한순간 대폭발을 하듯 벌어지는 한가운데서 비밀은 결국 드러나고 만다. 너무도 충격적인 결말로. 에드거 앨런 포스런 공포와 정신 문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를 담아내고 있어 읽어볼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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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0-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읽어 볼 걸 그랬습니다.

물만두 2009-10-13 11:57   좋아요 0 | URL
제가 침바른 작품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