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난 작가의 요즘은 너무 진부한 소재가 되어 버린 이야기라 사실 읽으면서 조금 뜨악했다. 도대체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이 언제지? 라는 의문을 읽자마자 품었어야 하는데 나는 늘 조금은 늦게 뭔가를 느끼기에 읽는 도중 1952년이 작품의 배경임을 알게 되었다. 1952년의 미국 남부가 배경인 작품인 것이다. 그것만 먼저  알았더라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작품이다. 그러나 또 하나 의문을 품었다. 짐 톰슨이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언제 쓴 거지? 지금 살고 있는 작가가 배경만 1950년대로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작품 자체가 1952년 작품이다. 작가도 이미 고인이 된 분이다. 이런 책에 대한 약간의 조사를 하고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렇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 알고 읽는 것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50년 초 석유개발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소도시의 부보안관으로 있는 마을 사람 모두가 사람 좋다고 인정하는 루 포드는 그러나 자기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너무도 잘 알기에 지금 쓰고 있는 가면이 벗겨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그에게 그 가면이 벗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에 자리를 잡은 창녀 조이스와의 만남이다. 그 만남으로 루는 자기 안에 억제하고 있던 살인 본능을 뿜어내고야 만다. 물론 조이스때문만은 아니다. 자신 대신 어린 시절의 죄를 뒤집어 쓰고 소년원에 갔다가 나와 사고로 죽은 아버지가 양자로 들인 형에 대한 복수심도 있었다. 그 복수를 부추기는 노동 조합장이 있었고, 아들과 창녀 사이를 떼어달라고 명령을 한 마을의 유지 원수 체스터도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이런 복합적인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계속하는 루의 모습과 그 모습을 보며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 속에 폐쇄적인 마을에 떠도는 범죄의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지금 작품과 비교하면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시대를 감안하고 보면 잘 쓰인 작품이다. 살인자의 심리 묘사와 마을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있고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느릿느릿함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느낌은 좋았다. 아마 그 시대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읽어도 괜찮다. 살인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루가 자신의 그런 모습을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심정과 일치시키고 있는 점은 그 시대, 그런 마을의 폐쇄성과 살인이라는 폐쇄성을 동일시하고 있다. 루에 의해 점점 밝혀지는 그의 과거와 감추어진 추악한 진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점과 그들이 밝히는 이야기들은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또한 마지막 반전은 그 나름대로 당시에는 꽤 신선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을 조여오는 것들을 알면서도 '인생에 위기가 찾아오면 관심 분야가 적어진다.'고 받아들인다. 그의 관심은 단 하나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묻는다. 누가 게임을 시작한 것이냐고. 마지막 '우리 모두'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모르던 작가의 몰랐던 작품을 뒤늦게나마 누군가의 안목에 의해 내가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모르고 지나간 작가들이, 작품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그 모든 작품들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누구에게는 정당한 평가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작품은 범죄자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범죄자가 화자로 등장해서 자신의 범죄를 드러내고 자신의 심리를 보여주는 한편 스쳐지나가듯 다른 이들의 모습 속에 담겨 있는 범죄, 사회가 묵인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의 사회와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범죄자는 더 잔인해지고 악날해졌지만 그만큼 사회도 더욱 변하지 않고 화석처럼 단단해졌음을 알게 된다. 스타일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인간 자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자신 안에 그 어떤 악도 없다 자신할 수 있겠는가. 숨겨진 보석, 흙 속의 진주란 이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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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9-09-29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또 언제올지 모르니 미리 메리 추석이요.!!

물만두 2009-09-29 15:03   좋아요 1 | URL
파비아나님 추석 잘 지내세요^^

sooninara 2009-09-30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리 추석^^
성님이 알라딘을 지켜주시는 동안, 동생은 딴데서 놀다 올만에 오네요.
앞으로는 알라딘에도 열심히 출석하겠습니다^^

물만두 2009-09-30 16:16   좋아요 1 | URL
수니아우 방가방가^^
추석 잘 보내.
나도 알라딘에는 뜨문뜨문 하네.

[그장소] 2013-08-03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리언셀러클럽은..전부 족족..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