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다. 리스베트에 의한, 리스베트를 위한, 리스베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활약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내가 만난 최고의 여자 캐릭터로 꼽고 싶다. 정말 리스베트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무 가치없는 그저그런 평범한 추리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쓴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병원으로 옮겨진 리스베트, 병원으로 리스베트를 옮기고 또 글만 쓰는 미카엘, 리스베트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짐작도 못하는 이런 남자를 주인공으로 끝까지 봐야 한다는 사실이 곤욕스러웠다. 미카엘은 미카엘대로 리스베트의 무죄와 음모로 박탈당한 그녀의 정상적 시민권 획득을 위해 싸울 준비를 한다. 여기에 보안회사 사장 드라간, 리스베트의 전 후견인, 생각있는 경찰과 사포의 헌법수호대가 합동 작전을 펼치며 사포 내의 살라첸코를 책임지고 있던 섹션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또한 섹션은 다시 음모를 꾸민다. 여전히 그들의 목표는 리스베트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을 알고 있고 발설할 위험이 있는 인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첫번째로 제거된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살라첸코였다. 리스베트에게 복수할 준비를 하던 살라첸코는 이렇게 사라지고 그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한 인간의 일생에 관여하고자 한다. 

이 작품이 왜 리스베트에 의한 작품이냐 하면 모든 일은 미카엘이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결정적인 도움은 리스베트가 주기 때문이다. 1편에서 미카엘이 다시 기자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리스베트의 조사덕분이었다. 여기에서도 리스베트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 심지어 시간이 남아 에리카의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미카엘은 그동안 열심히 한눈 팔고 있었다. 리스베트를 위한 작품이라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고, 리스베트의 작품이라는 건 얼핏보면 주인공이 미카엘처럼 보이고 모든 명성을 미카엘이 차지하고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리스베트가 모든 것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국가 권력에 맞서 12살때부터 싸워온 리스베트다.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으면서도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을 한다. 만약 리스베트의 엄마가 1편에 등장한 반에르 가문의 딸이었다면, 리스베트가 반예르 가문의 손녀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러니 미카엘의 1편과 3편 리스베트의 회상에 등장하는 질문은 어이없는 것이다. 경우가 다르니까. 그리고 리스베트는 확실하게 해결을 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 대단원의 막은 내려졌다. 아쉽게 내려졌다. 작가의 갑작스런, 불행한 죽음이 아니었다면 리스베트를 더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리스베트가 스웨덴 시민으로 활약하는 것, 스스로 행복을 찾고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저 상상속에서나마 리스베트의 행복을 빈다. 작가의 명성과 함께 리스베트의 이름 또한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위대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여전사여, 영원하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족 2009-08-28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카엘도 좋았어요. 이야기의 균형추지요. 2편에서 물만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류와 비주류로도 볼 수 있는 그런 거요. 리스베트도 멋지지만, 리스베트만 있다면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방법은 항상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되잖아요.

물만두 2009-08-28 11:55   좋아요 1 | URL
제가 미카엘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람피우느라 정신없어 누가 위기에 처한지를 까먹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건 해결 중에도 아주 열심히 바람둥이 기질을 발휘하죠. 1편에서는 자신의 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까먹구요. 너무 전형적인 주류형 인간인데 포장은 또 기가 막히게 좋게 하구요. 그 점이 마음에 안드는 겁니다. 힘든 일은 리스베트가 다 하고 스포트라이트는 미카엘이 다 받고요. 전 진짜 맘에 안들어요 ㅜ.ㅜ

별족 2009-08-28 17:41   좋아요 1 | URL
ㅎㅎ 리스베트는 나름 실속을 차렸잖아요. ㅋ

물만두 2009-08-28 19:2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완벽한 응징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