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60개의 각각의 관람차가 달려있는 거대한 대관람차 안에서 한 남자가 인질극을 벌인다. 자기 스스로도 인질과 함께 갇혀있는데 폭발물을 들고 협박을 한다. 저마다 사람들이 탄 관람차는 공중에 멈추고 방송국과 경찰이 몰려온 상태에서 남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야쿠자 조직의 빚을 받아내는 일을 하는 건달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미인에게 데이트를 청한다. 대관람차 타기를. 그리고 둘은 18호 관람차를 탄다. 17호에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아빠와 멍청해보이는 엄마, 그리고 남매가 타고 있다. 19호에는 전설의 소매치기와 소매치기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가 탔다. 20호에는 17호에 타고 있는 부부를 갈라서게 하라는 의뢰를 받은 이별청부업자가 탔다. 이들이 납치와 협박으로 멈춘 관람차 안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성형수술을 하던 중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있다. 그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이 있다. 절망한 남편의 인질극에 잡힌 한 버스에 타고 있던 여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의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의 뻔뻔함에 딸은 가출을 한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왜 납치와 협박을 하게 됐는지 각각의 입장에서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도미노처럼 한 사람의 잘못과 욕심으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희생되고 또 아무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 만나게 되고 하는 과정이 인생사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악몽은 관람차를 타기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작품은 마술의 미스디렉션을 추리소설의 트릭으로 이용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다. 그것이 마술과 추리소설의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를 다른 쪽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처음 읽을 때 하필이면 왜 대관람차를 이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마지막에 등장한다. 

간결하면서 짜임새있는 작품이다. 모든 상황이 아귀가 맞아 떨어지고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잘 어울어진다. 단순한 이야기를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주 간단하고 쉽게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악몽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전작 <악몽의 엘리베이터>가 유머러스한 면을 선사했다면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그의 유머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유머와 휴머니즘이 결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슬픈 작품이다. 산다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닌데 잃은 다음에야 그것을 깨닫고 어떤 사람은 작은 행복마저도 지킬 수 없다. 악몽이란 멈춰 선 관람차 안에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지킬 수 있을 때 지키지 못하고, 깨달을 수 있을 때 깨닫지 못하고, 행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더듬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 책을 덮은 후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고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관람차를 한번 더 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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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잡다한 사연들이 한꺼번에 관람차를 타기도 어렵겠어요. ㅎㅎ
유머와 휴머니즘의 혼합이라... 재밌을듯하네요. 요즘 서평단 도서에 파묻혀서 도대체가 재미난 추리소설 읽을 시간이 안나요. ㅠ.ㅠ

물만두 2009-08-10 14:38   좋아요 0 | URL
잡다한 사연은 아닙니다. 깔끔합니다.
저도 책이 째려보고 있습니다 ㅠ.ㅠ

paviana 2009-08-1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복만 지나면 안 덥겠지요?
어제 오늘 너무 덥네요.여름이니까 당연한거겠지만요.
쉬엄쉬엄 읽으세요.^^

물만두 2009-08-11 10:47   좋아요 0 | URL
쉬엄쉬엄 읽고 있어요. 힘들어서 이젠 못 버텨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