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으며 두번 가슴 졸였고 두번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이 단편들의 소속이 어디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 소속이 미래를 보는 예지력이 있는 야마하 케이시와 평범한 일상을 원하면서 동시에 비일상을 꿈꾸는 우리들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까지 합쳐서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미스터리다운 긴장감 넘치는 작품은 두편정도고 나머지는 일상속 비일상의 미스터리다. 모든 작품이 추구하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함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표제작으로 작가는 강렬하게 시작하고 있다. 누군가 길을 가는데 '6시간 후 너는 죽어.'라고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아마도 '도를 아십니까?'를 들었을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가 맞는다면 나는 정말 6시간 후에 죽게 된다. 그것도 생일날이 되자마자. 야마하 케이시는 이렇게 강한 인상으로 들이닥친다. 그들은 6시간 동안 범인을 찾기로 한다.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3시간 후 나는 죽는다>는 반대로 야마하 케이시가 자신의 죽음을 예지한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일은 자신만이 죽는 것이 아니라 예식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죽는다는 것이 문제다.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3시간동안 폭발물을 찾기에 나서는데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만으로 독자는 이미 가슴 졸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어 행복한 것 아닐까. 알면 늘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할 테니까. 앞 날을 안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그래도 미래는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리라.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돌 하우스 댄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 이들에게 앞 날이 어떻게 되더라도 잘 될거라고 말해주는 작품들이다.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좌절하게 되는 일도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날들은 더 좋을 거라고, 지금보다 더 나을 거라고 믿고 나아가라고 이야기들이 읽는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 다시 힘을 내는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사랑에 빠져 힘들어 하게 되지만 결국 더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댄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오디션에서 탈락하는데 그때마다 어떤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돌 하우스 댄서>. 모두 평범한 작품들이면서 평범하지 않게 읽게 되는 내 이야기같은 작품들이다. 

<미래의 일기장>은 결국 작가가 이 단편들을 통해 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가를 말하는 작품이다. '내일은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우리가 늘 믿고 싶고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설령 꿈으로 끝날지라도 한 세상 꿈이라도 잘 꿨다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잘 보듬어주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자고 말하는 듯한 작품은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반발적인 모습이다. 어쩔 것인가. 어렵다고, 힘들다고 주저 앉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을. 6시간 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살인범은 찾아보기라도 하고 죽자고, 3시간 뒤 죽더라도 마지막 1초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그런다면 지금보다 미래는 좀 더 나아질거라고 작가는 오늘을 사는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더 좋았을텐데.'라거나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좋았을까? 과거로 돌아가서 내 미래를 바꾼다면 지금의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언제나 그 선택이 최선은 아니었더라도 차선은 되었으리라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행복인 것이다. 다카노 가즈아키, 멋있다. 미스터리는 정교하게 짜임새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흥분도 느낄 수 있고 회전 목마의 느리지만 편안하고 포근함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미래를 예언하는 점집도 들러 재미삼아 점도 보는 놀이 공원같은 단편집이다. 한번 들어가면 나가기 싫어지는 어린 시절 놀이공원같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oyo12 2009-04-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얼마전에 일본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하던대요. 볼까 말까 많이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물만두 2009-04-02 10:10   좋아요 0 | URL
그랬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