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한 노인의 회고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처음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베네치아 총독이 한 농부를 살해한 뒤 그의 입에 무슨 물약같은 것을 흘려 넣는 장면을 보게 되는 베네치아 총독의 요리사 페레로 주방장의 수습생이 된 소년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루치아노, 유곽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거리의 부랑아로 자란 아이다. 그런 아이를 석류를 훔쳤다는 이유만으로 페레로 주방장은 자신의 수습생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같은 거리의 부랑아로 자란 소년들의  삶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마르코는 여전히 거리의 부랑아로 남고 도밍고는 생선장수 밑에서 일을 배우게 된다.  

당시에는 진귀했을 독특한 소재들, 감자와 러브애플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심지어 마약까지 가지고 있으며 루치아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페레로의 정체가 궁금하게 만들고, 그는 젊은 시절 루치아노처럼 이마에 반점이 있는 아들을 잃었다고 하는데 루치아노와의 관계를 고민하게 하고, 도대체 페레로가 루치아노를 그의 후계자로 삼은 이유가 만약 핏줄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면서 인간의 역사는 정말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역사서를 대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의문을 다시 한번 마지막에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책은 요리사가 주인공이지만 요리에 대한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요리의 책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맛있는 음식, 진귀한 음식이 많이 등장하니까. 또한 루치아노라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기도 하고, 한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거기에 16세기 베네치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서이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담고도 남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불멸의 방법이 있고 금을 만드는 연금술을 알려주고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내는 내용이 담기 비밀의 책을 찾는 사람들과 그것을 믿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의 진정한 정체를 아는 이들이 죽음도 불사하고 지키려는 진실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매독으로 죽어가는 총독은 그 책을 간절히 원해서 포상금을 내걸로 그 책을 찾는다. 십인평의회의 란두치는 그것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더 큰 포상금을 걸로 로마의 교황 보르자도 포상금을 건다. 그들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고문하고 죽이며 책의 행방을 찾는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속에서도 그 책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저마다의 욕심으로 책을 찾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테면 마르코같은 거리의 부랑아는 헤어진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 신대륙으로 가서 잘 살기 위해 그 책을 찾는다. 또한 루치아노가 사랑한 프란체스카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원한다. 작품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금서란 무엇인가? 금서를 만들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금서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험난한 고행 속에서 금서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또한 이야기하고 있다. 

루치아노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요리가 사람을 어떻게 조종할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문득 어떤 음식이 간절하게 먹고 싶기도 하고 음식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니 맛있는 요리는 사람들에게 불멸이라는,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과대포장되어 전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고 페레로 주방장의 말에 수긍이 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들이 진정 그 오랜 세월 지키려고 한 것이 지식의 전달과 제대로 된 역사의 진실이었을까 하는. 그것보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의 실천을 행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페레로가 루치아노를 가르치고 루치아노가 또 다른 아이를 가르치듯이 인간이 인간에게 따뜻한 마음과 올바른 성품을 전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금서란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역사적 진실은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이다. 새삼스레 안다고 해도 변할 것이 변하지 않고 불변하는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서를 만들면 만들수록 사실은 더욱 왜곡되고 그 부작용은 너무도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금서를 만들지 말라. 권력을 위해서 욕심을 위해서 그 무엇을 위해서라도 인간의 생각을 억압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더욱 그것을 지키고자 애를 쓰게 되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게 되니까. 죽음이라는 배수진을 친 이들보다 무서운 이들은 없다.  이것이 평범한 팩션, 평범한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었을 이 작품이 내게 속삭인 비밀의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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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2-2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요즘 이런 책이 땡기고 있걸랑요. 도톰하이 마음에 듭니다.^^

물만두 2009-02-25 19:31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어요^^

딸기 2009-02-2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가 넘 재밌네요. +.+

물만두 2009-02-27 19:05   좋아요 0 | URL
읽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