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다이도지 케이라는 경찰관이 경찰로서 맡은 마지막 사건과 경찰을 그만 두고 그동안 경찰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엉성한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옴니버시 형식으로 담고 있는 독특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전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네 탓이야>를 교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이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코지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순직하게 되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경찰이 된 케이는 소꿉친구와 결혼을 했지만 1년도 못되어 도망가는 은행강도의 차에 치여 아내를 잃고 만다. 그런 아픈 사연을 간직한 케이가 후지노 유키라는 자유기고가의 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조금 이상해졌다고 동료 경찰 고이즈미는 느끼지만 그것을 죽은 아내가 생각나서라고 짐작하고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조사를 하면서 후지노 유키에게 일을 의뢰한 출판사에서 케이는 또 소꿉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경찰을 그만 둔 뒤 책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 후지노 유키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이다. 여기에 <죽어도 안 고쳐져>는 다이도지 케이가 쓴 첫번째 책 제목이기도 하고 강연을 갔다가 우연히 강도에게 납치를 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숭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좀도둑질을 일삼던 원숭이 조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케이에게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뒤 살해당해서 케이를 당황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죽여도 안 죽어>는 다이도지 케이의 두번째 책 제목이자 한 추리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케이에게 자신의 원고를 완전범죄로 만들고 싶은데 좀 봐달라고 의뢰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락과 붕괴>는 자신도 모르게 사망한 작가의 대타가 되어버린 케이가 그의 별장에 자료를 찾으러 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대체 그 별장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애를 쓰는 걸까... <도둑의 엉뚱한 원한>은 다시 대타로 강연을 갔다가 자신이 쓴 책 때문에 도둑질을 못하게 되었다는 미술품 도둑에게 납치되어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게 되는 이야기다.

사건들은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을 빼면 코지 하드보일드라 할만 한 작품들이다. 유머러스하기도 하면서 무지막지한 점도 있고 냉혹한 점이 있기도 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에서 다음 작품의 등장 인물이나 개요를 언급하고 있다. 또는 다음에 등장하는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작품에 등장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맞물려 별개의 사건인 것 같은 하나의 사건에서 여러 사건들이 악연처럼 소개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치밀하고 계획적이라 읽는데 집중하게 된다. 경찰 생활 십수년이면 어떤 일은 없었겠는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떻게 선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는 그 만남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건도 마찬가지다. 완전범죄라고 저지른 범죄가 엉뚱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고, 하나의 사건이 더 큰 사건을 불러 올 수도 있고,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꼭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비효과는 어디에나 있고 또한 나비효과에 부메랑 효과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만 잘 살아도 안되고 남도 잘 살아야 내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약간은 허술한 듯 보여지게 쓰고 있지만 그 허술함 속에 숨겨진 것이 오히려 더 하드보일드해 보이고 풍자적으로도 보이는 것이다. 역시 와카타케 나나미다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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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1-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주문했어요. 기대되네요.^^

물만두 2009-01-20 13:16   좋아요 0 | URL
기대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1-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물만두님의 리뷰는 제게 직방으로 작용하는군요 히히

물만두 2009-01-20 14:54   좋아요 0 | URL
호객만두로써 보람을 느낍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