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1
데니스 루헤인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그들이 사는 곳은 정글이었다. 인간이 만든 정글에서 가장 강한 자는 가장 비열한 자다. 가장 잔인한 자다. 가장 뻔뻔한 자다. 가장 냉혹한 자다. 인간이 만든 정글에서 가장 약한 자는 보호받을 수 없는 자다. 겁쟁이다. 빈틈이 많은 자다. 괴롭힘을 당하기만 하는 자다. 주저앉으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자다. 그들은 어울려 살아야만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약한 자는 강한 자의 밥이 된다. 자연의 정글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사라지지만 인간이 사는 인간의 정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약한 자는 점점 사라지고 강한 자들만 남게 된다. 강함... 인간이 유일하게 믿는 종교요 신앙이기 때문이다.

미스틱 리버... 제목 자체만으로도 의미심장한 작품이지만 두 권 분량이라 그런지 평범한 내용의 늘어짐이 감지된다. 처음 읽는 작가의 작품이라 작가의 의도도 알 길이 없다. 그가 말하고 자는 것은 운명에 관한 것인가, 아니면 인생에 관한 것인가... 어차피 삶이란 그런 것이다. 정해진 운명을 따라 가는 것... 불행하게 태어난 자는 평생 불행한 삶만을 살다 가고,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는 평생 잘 살게 마련이다. 범죄자로 태어난 자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고 그 자식 또한 그렇다. 업은 결코 소멸되지 않으며 끝없이 이어져 윤회를 거듭하고 한 세상의 잠깐 스침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인가...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화가 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이 작품 속 인물들은 감정이 너무 메마르다. 아니 자신에게만 감정을 드러내고 남에게는 전혀 감정을 쏟지 않는다. 이것은 곧 미국 사회, 혹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표현한 것이다. 내 자식이 살해당한 것은 슬픈 일이다.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프다. 하지만 살인을 한다. 죽은 자를 생각하며 누군가 자신처럼 슬퍼하고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겪을 거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모든 것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난다. '나'만이 중요하다. 나, 내 가족, 내가 속한 마을... 그 이외에는 상관없다. 그래서 이 작품 속 인물들에게 어떤 매력도 가질 수 없다. 환상이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 인간이 산다. 나와 같은 인간이... 내가 싫어하는 인간이... 메마르고 자신만만한 뻔뻔한 인간이... 동정할 인간도 없고 부러워할 인간도 없다. 그냥 현실을 그대도 책에 옮겨 놓았다. 너무 현실적이라 부담스럽다. 작가의 의도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현실이 뭐 대단한 건 아니니까. 그 동안 너무 환상에 젖은 작품만 보다 보니 그런 작품을 읽을 때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는데 너무 현실적인 작품을 접하고 나니 이건 또 너무 환상이 없어 거시기하다. 아무래도 난 현실 도피적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읽고 새삼 깨달았다. 이 작품의 출판은 어떤 면에서 시기를 잘못 잡은 것 같다. 이렇게 꾸리꾸리한 우리의 실정에서 현실적 작품을 읽기란 그것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2, 3년 뒤에 현실이 나아진 다음 다시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지만 작가도 좀 장황함과 늘어짐은 고쳐야 할 듯 싶다. 1권이면 족할 이야기를 뭐 하러 2권 분량으로 썼는지 모르겠다. 절제가 필요한 작가 같다. 또 다른 작품이 나온다고 하니 그 작품을 읽으면 작가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출판사의 선전 문구처럼 그렇게 대단하게는 여겨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그네 2004-07-3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영화가 낫더군요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습니다.
숀펜도 숀펜이지만 저는 팀로빈스의연기가 좋더군요
하지만 성폭력의피해자들에대한 편견에대해서는 생각할여지를주더군요
형사반장의 대사중에 성폭력범들은 외딴섬으로 격리해야한다면서 그들도 피해자임에틀림없다고 할때는 섬뜩했습니다.
유독 다른범죄보다 성폭력의피해자들에게는 왜 그렇게들 가혹들한건지...
그리고 황금가지번역은 너무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지의제왕부터 홈즈까지 물론 우리가 해적판의의역에 길들여서인지는몰라도 작품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더군요

물만두 2004-07-31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한번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