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덴마크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고는 햄릿이 덴마크 왕자였다는 것과 그 나라 국기가 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라는 것, 수도가 코펜하겐이고 북유럽의 어디쯤 있는 나라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느 날 스밀라는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아래층의 남자 아이 이자이아가 죽은 것을 목격한다. 경찰은 그 아이가 높은 곳에서 죽은 거하고 말하지만 스밀라는 믿을 수가 없다. 이자이아는 고소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밀라는 이자이가 왜 죽었는지를 알기 위해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이자이아의 몸 속에서 바늘이 발견됐다는 검시의의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자이아의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들이 덴마크 빙정석 회사에서 연금을 받는다는 사실과 그 회사에서 그린란드로 까닭 모를 조사를 두 번 갔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연이어 알게 되는 사람들의 신원과 죽음과 그녀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을 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그린란드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책을 읽으면서 모두에게 냉정을 잃지 않는 스밀라가 아래층의 페터라는 수리공에게만은 관대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니 페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스밀라를 따라다니면서 스밀라를 보호한다. 그것이 진짜일까. 독특한 캐릭터 스밀라!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어머니가 6살에 사고를 당하자 그린란드를 떠나 아버지에게 맡겨진다. 그래서 스밀라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린란드를 떠나게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스밀라가 이자이아의 죽음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자이아가 그린란드 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그도 끊임없이 그린란드로 돌아가기를 원하던 길 잃은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과거는 현재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자이아의 죽음은 스밀라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자이아의 죽음은 그의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모든 일은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자이아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스밀라의 행보는 이자이아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음모에 다가가게 한다. 그것은 또 그린란드 인으로 태어난 스밀라가 문명과 언제나 비껴 서려고 하면서도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보게 한다.

얼음의 나라, 빙산의 나라, 그린란드! 그곳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살인을 부른다. 그것이 살인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살인을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문명이다. 인간의 문명이 빙산에 다가가 그것을 녹이려 한다. 빙산은 스밀라처럼 저항하지만 언젠가는 빙산이 굴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스밀라가 절망하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추리 소설은 아니다. 이 작품은 소외되고 소멸되어 가는 그린란드 인의 눈으로 본 문명의 비판서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모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같은 그린란드 출신의 어린 남자아이 이자이아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파헤치게 되는 스밀라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스밀라는 덴마크인 아버지와 그린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를 따라 덴마크에 와서 살게 되지만 그녀는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 속에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성장한다.  

그녀는 37살이다. 그녀는 눈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눈을 보고, 분류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그녀는 예리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한번도 방향감각을 잃어 본 적이 없다. 그런 능력은 어쩌면 만화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작가 페터 회의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아주 색다르고 신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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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디 2009-12-29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중 이런 표현이 나오지요? 어떻게 雪을...음악을 말로 설명할 수 있냐고요...
추리소설로 소개 받았는데, 철학서적이나 인문학서에 가깝더라구요.
참 심오하고 시적인 표현들이 인상적인 문구들을 좀 오래도록 기억해볼라고 페이지 마다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었습니다.
전 칸토르의 무한의 공리를 표현한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드라구요.
왜냐면, 일부 양반들 하시는 일들이 정말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의심스러워서요..

물만두 2009-12-29 16:53   좋아요 1 | URL
이 책 참 좋죠. 전 그냥 모든 게 좋았고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세상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