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의 할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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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은 진짜 수수께끼의 사나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어떤 단서도 독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나이라든가. 직업이라든가, 심지어 이름만이라도... 단지 우리가 알 수있는 것은 그가 남자라는 것. 세터드웨이트 씨가 사건에 말려들게 되면 나타난다는 정도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면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스르르 없어진다. 아마 세터드웨이트 씨도 그의 정체는 모르는 듯하다.

하지만 작품을 읽어 가면서 나는 할리퀸이 세터드웨이트 씨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할리퀸은 세터드웨이트 씨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영리한 그림자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렇지 않으면 할리퀸이 세터드웨이트 씨의 분신처럼 나타나는 이유가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잠재의식 속의 힘을 알 수 없다. 우리에게 어떤 내재된 힘이 있는 지, 그 힘이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표출되는 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 그러니 할리퀸도 세터드웨이트 씨가 잠재의식 속에 가지고 있는 정의에 대한 해결사가 아닐까. 아마도 우리 안에도 이런 할리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선이 악에게 눌리지 않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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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1-2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일종의 1인 2역인 셈이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