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 시그마 북스 024 시그마 북스 24
대쉴 해미트 지음, 김희균 옮김 / 시공사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가장 즐기는 부분은 어떻게 살인이 발생하느냐 하는 범인의 트릭과 누가 범인인가를 밝혀 내는 탐정의 추리 능력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탐정이 허무맹랑하게 비사실적이라도 좋아하고 즐기기까지 한다. 이런 내 생각을 뒤집은 작품이 바로 <몰타의 매>다. 그전까지는  아가사 크리스티나 같은 미국의 엘러리 퀸의 작품을 더 선호했다. 그런 내 취향을 넓혀준 작품이 대실 해미트의 <붉은 수확>과 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미국인들은 참 좋아하는 작품으로 영화로도 성공한 작품이다. 사실 하드보일드의 선구자격인 해미트의 대표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하드보일드한 면은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하다. <붉은 수확>만큼의 하드보일드한 면도 안보여서 요즘 작품과 비교해 보면 어린 아이 장난 같아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해미트가 창조한 탐정 샘 스페이드는 분명 매력적인 말하자면 탐정이다. 탐정은 필립 마로우보다 샘 스페이드를 더 좋다. 왜 해미트가 <붉은 수확>과 같은 하드보일드를 샘 스페이드에게 적용시키지 않았는지가 의문이다.

한 여자가 샘 스페이드의 탐정 사무소에 누군가의 미행을 부탁한다. 그 사건을 접수한 그날 일을 하던 동료 마일즈가 살해된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가 찾아와서 샘을 위협한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아는 사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G라는 인물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 듯하고 그것을 여자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샘에게 보호를 요청하지만 무엇을 갖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에야 알 수 있는 반전과 뜻밖의 결말. 샘 스페이드는 머리를 사용하는 명탐정 포아로와 같은 탐정은 결코 아니다. 그는 사실적이고 실제적이다. 미국의 대공황 이후 30년대의 사립 탐정의 모습은 바로 스페이드와 같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위해 일하고, 사랑한 여자라 할지라도 범죄자는 경찰에게 미련 없이 넘기고, 누구도 믿지 않으면서 또 누구든지 이용하는 사람. 스페이드가 인간적인 탐정으로 어울리는 이유다.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작품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작품은 가짜 속에 진짜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좌충우돌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샘 스페이드. 그러면서 비정함을 몸소 실천하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머리만 쓰는 포아로 류의 탐정들이 오히려 우습게 가짜로 여겨지게 된다. 1930년대 미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지만 이 작품과 샘 스페이드의 출현이 왜 그렇게 파격적으로 비춰졌는지는 읽으면 느낄 수 있게 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01-28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탐정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지요? 샘 스페이드는 그만의 매력을 가진 탐정이예요.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한 영화도 나왔죠. 그런데 저는 소설이 더 좋더군요. 영화보다 소설 속의 캐릭터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스페이드 탐정이 범인을 믿지 않고 경찰에 넘긴 건 나름대로 이해가 가더군요. 제가 보기엔 현명한 남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