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대 - 시그마 북스 015 시그마 북스 5
엘러리 퀸 / 시공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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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추리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누가 범인인가? 이다. 그리고 그가 왜 범인인가를 추리해야하고 어떻게, 왜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이것이 정통적인 의미의 추리소설이다. 이런 점에서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은 나를 완벽하게 만족시킨다. 그의 소설에는 어떤 사상이나 사회 비판이나 시대정신이나 그런 것이 없다. 요즘의 서스펜스, 스릴, 호러나 엽기적인 요소는 찾아 볼 수 없고 완벽한 추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완벽하게 독자를 추리의 세계로 이끈다.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사랑 때문에 결혼을 하고, 돈 때문에 또 결혼을 한다. 그는 두 번 결혼한 남자가 아니라 동시에 두 여자와 결혼을 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한 중혼의 죄를 저지른 남자다. 그 남자는 일주일의 며칠은 가난한 세일즈맨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 나머지 며칠은 부유한 남자로 산다. 그 사이에 있는 작은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멋진 자동차를 두고 허름하게 차려입거나 그 반대로 치장을 한다.  

그 남자가 자신의 중간 지대인 그 집에서 살해를 당한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가난한 아내의 오빠였다. 그의 죽음으로 누이가 보험금을 타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유로 누이는 살인죄로 고소를 당하고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부유한 아내에게도 혐의가 간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으니까. 정말 죽어 마땅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누가 범인인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조그마한 단서라도 지나칠 까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추리했다. 단서는 이것이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내 추리는 들어맞았다. 물론 그 많은 단서 중에서 몇 개는 지나쳤지만. 이것이 추리소설을 읽는 묘미다.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을 범인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책만을 봐야 하는, 그리고 읽고 나면 휴식을 취한 듯 머리가 맑아지는 장르가 추리소설, 본격추리소설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다.

미국추리소설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엘러리 퀸이다. 그의 작품은 정통 추리물로 어떤 지저분한 이야기 거리도 찾아볼 수 없다. 쓸데없이 공포스럽지도, 잔인하지도, 엽기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진짜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작가가 아닐까 감히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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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2-20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엘러리 퀸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정통 추리물이 별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거예요. 추리소설의 독자들은 그 무엇보다 정통 추리물에 열광하는데 말이예요.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우고 정작 추리는 뒷전인 작품들을 보면 어리둥절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