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본즈 모중석 스릴러 클럽 16
캐시 라익스 지음, 강대은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에서도 유행은 무시못한다. 트릭 위주의 작품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고, 하드보일드 작품이 대세이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팩션과 종교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유행이다. 캐시 라익스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시리즈의 주인공 브렌던은 법의학자가 아닌가. 고고학과 법인류학을 아우르는 독특한 주인공이니 한번쯤 다뤄보고 싶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본즈 시리즈로는 우리나라에 두번째 소개되는 작품이다. 그래도 순간 책 소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인류학자 브레넌이 등장해서 사건을 법의관처럼 풀어나가는 형식인 시리즈에서 예수로 추측되는 뼈가 등장하다니 이 무슨 <다빈치 코드>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하지만 읽어보지 않고 판단하는 건 몹쓸 습관이기에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자살로 보이는 유대인 남자의 시체가 브레넌에게 의뢰가 되었다는 것은 무언가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유대인 가족은 부검을 막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랍비가 입회한 자리에서 부검은 실시되는데 그 중 한 남자가 브레넌에게 한 장의 사진을 건네주며 이 사진때문에 그 남자가 살해당했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그 남자가 말한 이름은 그 당시 입회한 사람들 중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시신은 살해된 것으로 브레넌의 손에 의해 밝혀지고 연인인 형사 라이언과 조사를 함께 하던 중 오래된 유골을 발견한 브레넌은 이스라엘에 있는 고고학자 친구 제이크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제이크는 그 뼈에 대한 중대함을 알려주겠다며 이스라엘 당국에 앞서 자신과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스라엘 측도 그 뼈를 브레넌이 직접 가져오기를 바라고 라이언은 사진을 건네준 인물을 알아내고 그가 이스라엘에 잡혀 있음을 통보받고 함께 이스라엘로 간다. 

이스라엘에 마사다 유적이 있다고 하는데 처음 들었다. 유대인의 성지라고 한다. 로마인에 대항해서 마지막까지 항쟁하다 자살한 곳. 그러므로 그곳에는 유대인만이 존재해야 한다. 로마인은 그 뒤에 남아야 하는 것이 고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유대인의 믿음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 안에 이미 기독교인이 있었다면? 그 기독교인이 한 무리의 가족이라면? 그 가족인 예수의 가족이라면? 그리고 그 중 하나의 뼈가 예수의 뼈라면? 이것은 유대교,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에게 큰 이슈가 되는 일이다. 우선 유대인의 성지는 무너진다. 가톨릭교에서의 성모상이 무너진다.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 아래로 자식을 더 낳았다는 것으로. 기독교적으로 예수 부활, 예수 죽음 등 모든 예수의 생애가 부정될 수 있다. 이것을 이슬람교에서 알게 되면 테러에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브레넌과 제이크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브레넌은 근본적 유대교도나 근본적 이슬람주의자나 모두 똑같이 위험한데 서양인의 종교적 시각에 의해 무슬림이 경계 1호, 음모의 주동자로 의심하게 되고 제이크는 유대인과 교황청을 의심하게 된다. 여기에서 초연한 인물은 범죄 해결에만 관심이 있는 라이언뿐이다. 그는 실질적인 사실 이외에 추측은 사양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제이크의 고고학적 풍부한 지식으로 마사다 유적과 그 이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과 브레넌의 DNA에 대한 설명이다. 핵미토콘드리아 DNA로 모계 혈족만을 알 수 있게 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 두 인물이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이론 확립에 나서고 음모론에 마음 졸일때도 자신이 할 일만 묵묵히 하는 라이언의 경찰다운 면이다. 그가 있어 작품이 현실에서 유체 이탈을 하려고 할때마다 그들의 발을 땅에서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고고학, 종교, 이스라엘의 문제라는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은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고고학적, 법인류학적, 종교사적으로도 문제에 접근해 그럴듯한 추측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행기 타고 멀리 온 것처럼 내용도 참 멀리갔다. 범죄의 본질에서 너무 벗어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되니까. 

처음 볼 때는 사실 이런 작품을 읽으면 편협해지는 지라 약간 속이 끓는 느낌을 받았는데 뒤로 갈수록 그런 치우침이 사라지고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브레넌 박사의 혼자서 설레발치고 다닌 것은 무리가 아니었나 싶었다. 마지막의 결말은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참 단순하게 끝이 난다. 인간의 편협한 사고를 유머로 장식해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한 방 날려준 호텔 장면의 마지막 해석이라는 작가의 센스, 좋았다. 작가가 슬며시 발을 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추측과 음모의 씨앗을 뿌려놓고 나중에는 나는 소설을 썼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다니. 이 책을 읽고 이 이야기에 그럴듯하다고 여길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 생각이나 동조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자에 대한 음모가 아닐까. 아, 정말 작가가 너무 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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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11-1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드라마는 꽤 재미있어요.^^ 전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중. 책은 음... 공짜로 생기면 볼까나..ㅎㅎ 그리 끌리진 않아요.

물만두 2008-11-10 14:14   좋아요 0 | URL
드라마가 더 재미있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전 뭐 책으로 만족합니다.
작가가 너무 팩션 따라하기를 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soyo12 2008-11-1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참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요즘 미국 드라마 보는 재미로 살아요.^.~

물만두 2008-11-12 10:29   좋아요 0 | URL
미드 인기가 상당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