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그린 초상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대니, 대니, 대니. 나는 대니를 대니 보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이없을 정도로 순진하고 살아온 시간과 직업에 비하면 너무도 바보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니 보이의 자신도 어이없어하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그가 지금 하려 한다. 열 다섯살에 우연히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의 이미지를 자신이 인수한 클래런스 문의 수금 대행업체를 정리하다 십년 전 오려 놓은 신문 사진 속에서 보게된 거친 것 같으면서 순수함이 남아 있는 대니. 그런 마음이었기에 그 사진 속 소녀 크래시 알모니스키를 찾아 시카고를 헤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빌 밸린저는 단순하게 대니가 크래시를 찾는 형식으로 작품을 쓰지 않았다. 좀 더 독자가 긴장하고 볼 수 있게 마지막을 궁금하게 만들기 위해 크래시의 이야기와 대니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쓰고 있다. 대니를 추적자로 만들어 여전히 크래시를 찾아 신문에 난 미인 대회를 주췌했던 신문사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하고 크래시는 팜므파탈로 만들어 그 미인 대회에 뽑혀 집에서 탈출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런 과정에서 추적은 집요하고 끈질기고 쫓기는 자는 너무도 초연하게 보여져 이들의 만남이 어떻게 될지, 만나기는 하게 될지, 대니와 크래시의 운명을 독자가 상상하게 만든다. 나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결말을 생각했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팜므 파탈이라면 크래시처럼! 이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대니가 주도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모든 것은 클래시가 쥐고 있다. 1940년대 어린 나이의 한 소녀가 이 정도라면 잘 살았다고 칭찬받을 만 하다 싶다. 어리버리하게 당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아름다운 여자는 머리가 비어 인형같을 거리고 생각하는 남자들, 그렇게 그 미모에 반해 착각하고 접근한 남자들을 클래시는 냉혹할 정도로 인정사정봐주지 않고 이용했다. 주도면밀하게 기회를 엿보고 기회가 오기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 대니가 크래시를 찾은 끈길김은 크래시가 자신의 인생을 자기 손으로 개척한 끈질김에 비하면 정말 순진 그 자체로 보여진다. 작가의 의도가 그런 비교되는 대니와 크래시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밑바닥에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고 싶다. 1940년 다 망해가는 동네 신문사에서 광고를 위해 만들어낸 미인대회의 상품들을 보면 그 동네 상품들이다. 마치 6,70년대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받은 상품이 소주나 밥통, 밀가루같은 생필품이었다는 이야기처럼 양품점의 옷 한벌, 모자, 여행가방, 미용실에서의 파마와 메니큐어 그리고 택시 쿠폰까지 그 시대 한 동네에서 무엇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신문에 어떤 기사를 실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거기에 전쟁에도 사는 사람은 살고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모금 이야기에, 대니의 직업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시대에도 빚받아주는 사람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같은 모습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대니의 순진하고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크래시를 찾는 모습과 팜므 파탈로 점점 진화하는 크래시의 모습, 그리고 그런 크래시의 내면을 모르면서 자신만의 상상으로 크래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읽는 내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194,50년대의 일상의 서스펜스라고나 할까. 빌 밸린저의 팜므 파탈 서스펜스는 재미있었다. 약간 치밀함은 덜하지만 드라마틱한 면과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서 보여지는 긴장감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10-15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읽어볼래요.

물만두 2008-10-15 14:08   좋아요 1 | URL
읽어보세요~

전호인 2008-10-15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팜므파탈은 타짜의 메론 김혜수가 각인되어 있어서 다른 생각이 안납니다.

물만두 2008-10-15 19:04   좋아요 1 | URL
김혜수가 팜므파탈이라...
흠, 김혜수는 크래시에 비하면 세발의 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