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뼈 -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펼치는 고도의 두뇌추리
레오나르도 고리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동시대 사람이라는 것은 몰랐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썼다는 것과 메디치가의 몰락 이후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시도했다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팩션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인 마키아벨리가 등장하니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그것도 다 빈치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라니. 도대체 정치가와 화가이자 건축가이자 발명가이자 의사이자 그야말로 천재인 다 빈치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 것인지 읽기도 전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1504년 아르노 운하를 건설 설계를 다 빈치에게 맞긴 피렌체 최고 서기장 마키아벨리는 의사 두란테와 그의 아내 지네브라와 함께 아르노로 시찰을 간다. 그곳은 아비규환이었다. 갑자기 항구에 정박한 배에서 쏟아져 나온 원숭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운하 속 동굴에서는 네 구의 흑인 시체와 함께 고릴라의 시체가 다 빈치가 해부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형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다 빈치와 친했던 노 학자는 숨진 채 발견되고 다 빈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뜻 모를 말만 남긴 채. 이에 두란테는 스승을 찾아 혼자 나서고 마키아벨리는 그보다 더 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두란테의 아내와 함께 피렌체로 돌아간다. 

도대체 다 빈치가 만들었다는 비밀 무기란 무엇일까? 이 작품의 중점은 마키아벨리가 다 빈치의 비밀 무기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다 빈치를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정치가다. 정치가로써 마키아벨리의 모습도 잘 묘사하고 있다. 피렌체를 다시는 메디치 가와 같은 일가의 손에 들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을 위해 악을 행사하는 권모술수에 능한 면, 요즘으로 말하자면 스파이전을 벌이는 모습과 그런 이유로 단순한 것을 이중 삼중으로 생각하는 습관으로 함정을 자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반면 다 빈치는 조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다 빈치를 찾기 전까지, 찾은 뒤에도 끊임없이 쫓기고 위협받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가서야 비밀 무기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이 아닌 이탈리아 중세 역사서를 읽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팩션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실존 인물의 등장은 진짜 그 시대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거기에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누구를 믿고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 지 최고 서기장이라는 권력의 핵심에 있는 마키아벨리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은 그 시대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시대였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진짜 무기는 무엇인가? 진짜 권력은 누가 쥐고 있는가? 이 점은 오늘날에도 통하는 의문이라 할 수 있다. 군주론이라든지 진화론이라든지 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 빈치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봤더라면 좋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 전에 메디치가의 몰락에 대한 작품을 읽었고 거기에서 잠시 마키아벨리와 스쳐지났다. 그가 군주론, 이상적 군주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간의 역사에 새로운 것은 어쩌면 없는지도 모른다. 잊혀진 것을 복원하고 있던 것을 좀 더 보완하는 것을 발전이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고 정치나 과학, 종교 그 어떤 것도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작품이 전혀 낯설지 않음은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땅을 파는 기계와 강 밑으로 가는 마차, 수 많은 뼈와 해부를 하고 금서가 된 이교도의 책을 원하는 다 빈치와 정치적 음모를 막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다 빈치의 메시지를 풀어야 하는 마키아벨리와 그를 돕는 여전사와도 같은 두란테의 아내 지네브라, 로마에서 무언가에 열심인 추기경이 된 다음 교황이 될 조바니 데 메디치, 중간에 잠깐 모습을 보인 마키아벨리가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모델로 생각한 교황의 사생아 체사레 보르자 등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팩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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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10-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한 작품인가 보구려. 그렇지 않아도 이런쪽에 관심이 많은데...
만두 동상이 읽었다는 메디치가의 몰락을 그린 작품이 뭔지 알고 싶네.^^

물만두 2008-10-13 10:02   좋아요 0 | URL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