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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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841년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는 모든 면에서 추리소설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특히 밀실 살인을 다룬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1907년 가스롱 르루가 그 유명한 밀실 트릭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 방의 비밀>을 발표했다. 1895년에 출판된 이스라엘 장월의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영원히 나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바뀌었다. 가스롱 르루보다 앞서고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독자에게 대결을 청하는 이 작품에서 시대를 뛰어 넘는 독특함과 대담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 보우 가의 한 하숙집의 안개 낀 아침, 하숙집 주인인 드래브덤프 부인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하숙인 아서 콘스탄트가 깨워달라는 시각에 겨우 맞춰 허둥지둥 깨우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또 다른 하숙인 모트레이크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불길한 생각이 들어 옆집에 사는 은퇴한 경찰 그로드맨에게 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와 함께 굳게 잠긴 문들 부수고 들어가보니 콘스탄트는 목이 잘려 살해되어 있었다. 창문도 열리지 않았고 현관문도 누가 들어온 흔적이 없었고 무엇보다 침실문이 빗장까지 채워진 채 잠겨 있었다. 바로 밀실 살인인 것이다.  

살해당한 것이 분명하지만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니 살인이라 부를 수 없고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자살자의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니 자살이라 말할 수도 없다. 또한 자살이라면 흉기가 발견되어야 하는데 흉기는 사라지고 없다. 자살이라면 콘스탄트가 자살한 이유를 찾아야 하고 살인이라면 살인자를 찾아야 하지만 그보다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는 지 밀실 살인의 트릭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는 진행되고 그래도 주변인들 가운데서 범인을 좁혀간다.   

이 작품을 보는 재미는 이 밀실을 나름대로 풀어 제보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주장을 실은 신문, 그 시대 노동 운동의 상황과 법정에서의 공방을 위트있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의 솜씨, 그리고 은퇴한 경찰과 현직 경찰의 먼저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모습과 이들 사이에서 정보는 제공하는 자칭 시인이라 떠들고 다니는 사람과 구두 수선공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 그 시대에는 가히 충격적이었을 결말에 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을 이야기한다.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것인데 지나고 나서 보면 트릭이란 그렇게 말도 안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선구자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분히 질투와 질시로 느껴지는 점은 애교로 봐줘야 할 것 같다. 그것은 그 트릭이 또한 그만큼 한 시대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 아니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줬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이스라엘 장윌의 트릭을 현대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이야기다. 그 시대는 검시관이 있었다고 해도 그다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 않기 때문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인간 심리의 맹점을 밀실 트릭과 함께 잘 이용한 선구자적 작품으로 평가해야 한다. 요즘 일본의 신본격 추리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인간 심리의 그 맹점말이다.  

이 작품이 이제야 출판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예전에 출판되었는데 못 읽었던 건지... 암튼 미스터리 황금기에서 다소 앞선 작품이지만 그 가치는 황금기 시대의 작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밀실 트릭에 대한 작품을 읽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만큼 가치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한 편만으로도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우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성과 같은 조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뒤에 함께 수록된 <유별난 교수형>은 약간 황당한 작품이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함께 하숙을 하던 두 친구 중 한 친구가 갑자기 은행에서 돈을 들고 사라져 남은 친구가 친구의 약혼녀를 사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건 해결이 그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서가 아니라 납득 가능한 것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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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0-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보우 미스테리는 워낙 유명하고 내용도 이런 저런 경로로 알려져있어 익숙한 편이지만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된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요즘 일본 추리소설들은 자주 번역되는데 빅보우 미스테리와 같이 잘 알려지긴 했으나 번역안됬던 책들이 많이들 소개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만두 2008-10-11 10:34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팔려야 소개가 되지않을까 우려됩니다. 워낙 독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해서 말이죠.
유명한 작품이라 혹시 아주 예전에 번역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처음인가보군요.
모든 독자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