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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느닷없이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이 바뀌게 될 때가 있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던 방향으로 자신의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내가 바뀐 것처럼 그럴때가 있음을 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때 리들리의 생각처럼 조금만 시간이 어긋낫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그 아이를 보고도 못 본척 했다면? 그 아이를 구하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면? 그 기사가 텔레비전에 나가지 않았다면?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것이 리들리의 운명의 한 획을 긋는 것이라는 듯이 너무 쉽게 인생이 뒤집어졌다.
'네가 내 딸이니?' 부모님 멀쩡히 살아계시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자란 리들리에게 이 무슨 날벼락같은 말일까? 부모님은 장난친 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여기기엔 보내온 사진 속 여자가, 자신의 엄마라는 여자가 너무 자신과 닮았다. 제시라는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여자가. 여기에 윗층에 이사 온 남자와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일까지 일어난다.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아버지라는 남자를 만나러 가서 그 남자가 살해당하고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떠나게 만든 남자를.
평범한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가 무슨 뇌관을 건드렸기에 살인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자에게 살인에 연관되는 일이 일어나는 걸까? 믿고 의지했던 부모님을 믿을 수 없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녀의 마약중독자 오빠는 왜 맥스 삼촌의 프로젝트 얘기를 물어보라고 한 걸까? 자신을 위협하는 이들은 누굴까? 평범한 리들리는 정체성의 혼란과 위협과 사랑이라는 세가지 스릴을 한꺼번에 맞이하고 있다.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간단할 것 같은 평범한 여자의 인생이 한순간에 스릴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잘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면을 적절히 섞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정체성, 뿌리가 흔들리는 일을 스스로 겪고 이겨낼 수 있는만큼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살다보면 어울리지 않는 것을 어울리게 보아 넘겨야 하는 법이고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놓아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화해와 용서, 정의와 응징이라는 것보다 어떤 것도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고 때론 알면서도 지나치게 넘친 것도 봐줘야 하기도 한다는 사람살이에 대한 이 이야기는 이런 스릴러도 있다는 면을 보여주는 것같아 좋았다. 물론 그 안의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지만. 뉴욕을 무서운 밤거리, 폭력의 거리가 아닌 사람이 사는 거리로 그리려지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사람이 사는 뉴욕, 평범한 뉴욕을 본다. 그러면서 그 안을 감성적이고도 현실적인 스릴러로 포장한 작가의 솜씨가 놀라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