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7 - 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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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내내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작품을 보는 듯한 기시감에 빠졌다. 한창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작품을 찾아 보던 때가 생각났다. 미국 서스펜스 스릴러의 여왕이라 불리는 메리 히긴스 클라크는 오늘날 일본 미스터리 여왕 중 한명인 미야베 미유키와 한 나라는 대표하는 작가라는 점에서는 비교가 될지 몰라도 작품 색깔은 달라서 비교가 불가능한 작가였다. 그런데 이 작품만은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서스펜스 스릴러를 보는 것 같이 닮았다.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누군지, 옆에 누워 있는 여자는 누군지 기억을 못하게 된 남녀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파트를 조사하지만 돈가방과 총, 피 묻은 손수건이라는 이상한 것들만 나오고 자신들의 팔에는 레벨 7이라는 문신이 마치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걱정만 될뿐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때 그들을 수상히 여긴 옆집 남자가 그들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정체를 알아주겠다고 말한다. 자신을 고용하라고. 그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그를 고용한다.

다른 한 곳에서는 네버랜드라는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전화 상담소에 다니는 여자 집에 그녀와 전화로 친해진 여고생이 사라졌다는 엄마가 찾아온다. 그녀는 그때부터 그 여고생을 찾기 시작하는데 엄마는 딸에게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으니 걱정없다는 말을 듣지만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는 구해달라는 전화였다.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그녀의 일기장에 적힌 레벨 7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상실과 실종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고 이들의 행보는 서스펜스를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따로 전개되는 두 개의 별개의 사건같은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일로 합쳐질 때 이야기는 해결된다. 두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등장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면 더 깔끔한 맛이 있었을텐데. 하지만 메리 히긴스 클라크식 서스펜스를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작품 속의 사건들이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만을 소재로 삼았으면 좋았을텐데 <화재 사건>과 <정신병원 사건>을 합쳐서 하나의 작품으로 이끌어내려고 하다보니 좀 더 세밀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것은 비켜가고 없어도 좋았을 이야기같은 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해서 그런 면이 읽는 동안에는 서스펜스를 좀 더 극대화시키고 궁금증을 유발한 것도 사실이지만 나중에 가서는 산만하고 너무 쉽게 모든 것이 마무리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 그런 점에도 나름 매력은 있지만 미미여사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메리 히긴스 클라크와 미야베 미유키는 스타일이 다른 작가다. 같은 트릭을 쓰고 같은 소재, 같은 사회파 범죄 소설을 써도 메리 히긴스 클라크에게는 그녀만의 스타일인 로맨스와 서스펜스의 결합이 언제나 큰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고 - 내가 읽는 책은 그랬다는 얘기다. -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이 메리 히긴스 클라크스럽다는 얘기는 다른 말로는 미야베 미유키스럽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뭐, 미야베 미유키도 이런 작품을 쓰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다른 작품들과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작가 이름을 지우고 본다면 과연 이 작품을 미야베 미유키가 썼다고 느낄 독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나름 서스펜스도 있었고 이야기 전개도 괜찮았지만 산만하고 짜임새가 모자란 것이 미야베 미유키 작품답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고 반면 서스펜스의 흐름이 끝까지 이어지는 것이 메리 히긴스 클라크를 생각나게 만든 점을 장점으로 꼽게 만든 아이러니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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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3-2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히긴스 클라크식이면 대표적인게 뭐가 있나요?

물만두 2008-03-21 14:55   좋아요 0 | URL
모두 절판이라 구하기 힘드실텐데 여자와 로맨스와 서스펜스와 사회적 문제의 조합이 그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시면 압니다.
<나를 기억하라>, <비밀의 책>, <우리는 이제 숲으로 가지 않는다>, <울지 말아요> 지금 생각나는 건 이정돕니다.

핑크팬더 2008-03-23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복귀할때 공항서점에서 충동구매해서 오늘 다 읽었는데요. 뭐 그럭저럭 읽은만 했지만 어째 미미여사의 포스가 점점 약해지는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물만두님의 서재를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와 봤는데 정말 독서량이 대단하시네요. 지금 추리소설 코너에 물만두님이 추천 만땅 찍어주신 소설부터 한번 파밍해볼 생각입니다. 코핀댄서 랑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땡기더군요. ^^

물만두 2008-03-24 10:22   좋아요 0 | URL
그냥 책만 보는게 일상이라 그래요. 좋은 책 많이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