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국민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라는 걸 정치가들은 모른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 서민을 위해, 이를테면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말을 하지만 그렇게 행하는 정치인은 보지 못했다. 나라가 아무리 못살아도 잘살던 때는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라가 어렵다 생각이 들 때 예전을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그로인해 선거에서 여당이 야당에게 참패를 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주요 무대인 이 작품에서 한물간 역사학자는 20세기 가장 위험한 인물은 히틀러가 아니라 스탈린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가 남겼다는 노트를 찾아 마치 인디애나 존스처럼 돌아다닌다. 하여튼 서양의 역사학자, 고고학자들은 모두 툼레이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도대체 왜 남의 나라 역사에 참견을 하고 남의 나라 유물에 손을 대서 어떻게 해서든 자기네 나라로 가져갈 생각만 하는지... 

러시아에서 스탈린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는 것은 러시아 국민에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스탈린의 시대에는 광기가 있었을지언정 목표가 있고 자신들이 잘하고 있으며 위대하다는 망상은 가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들어오자 그들은 자본주의자들에게 너무 쉽고 빠르게 잠식당했고 나라는 쪼개졌고 여전히 가난은 물러가지 않고 더 가난해져서 재빨리 자본주의를 파악한 자들 몇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가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난으로 인해 그들은 미국과 동등, 아니 서구 어느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자긍심마저 잃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그들이 스탈린을 찾는 것이 서구인의 눈에서 보면 비이성적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에게는 타당한 일이다. 과거가 더 좋았다는 뜻이니까.

우리나라 속담에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요즘 깨닫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선 통계에서도 국민이 잘 살 때는 현 대통령의 당이 지지를 받고 못 살 때는 반대당이 지지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은 비단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탈린이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자본주의-시온주의자들의 시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스탈린에 대해 잘 모르지만 히틀러를 소재로 쓰다 이제 식상하다 싶어 스탈린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행하는 일들이 옳다고 말하는 건가? 미국이 이라크전을 벌인 것이 잘한 일이라고 말하는 건가? 2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 장군은 군사지역도 아닌 민간인 지역임을 알고 독일인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폭격을 감행해서 많은 이들을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살상했다. 그리고 영국에는 그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비단 스탈린만이 위험한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 독재를 하는 사람은 언제든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나아지면 돌을 던질 수가 있지만 민주의 탈을 쓴 늑대들은 대부분 그냥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스탈린 한명보다 더 위험하지 않을까? 한명이든 백 명이든 같은 짓을 한다면 말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그래도 읽기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스탈린에 대한 이야기나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역사란 언제나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보고 쓰여 지는 것이라 사실일 수 없고 그것은 소설과 같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허위 사실의 보도는 언제나 보고 싶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을 펼쳐 보인다는 것도.

역사는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고 인간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지금 우리는 착각하며 살고 있다. 달리다 멈추기도 하는 기차처럼 멈췄을 때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스탈린을 너무 몰라서 이러는 걸까? 마르크스나 레닌도 모르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다시 냉전 시대가 온다 해도 약소국인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의 처지만 더 생각나게 한 작품이다. 결말부분이 그나마 인디애나 존스방식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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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괴물 2007-12-2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ㅡㅡ;; 스탈린 시대에 숙청당한 사람이 3천만명입니다. 히틀러가 죽였다는 유태인의 다섯 곱절이고, 2차 세계 대전 총 전사자랑 맞먹는 숫자입니다. 치적에 대한 평가는 어찌됐든 이만큼의 인명을 살상한 자를 착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아닙니까?

물만두 2007-12-28 15:24   좋아요 0 | URL
제 말은 스탈린이 히틀러보다 더 낫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것도 책에 나오는 얘기지요. 제 논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구소련붕괴후 왜 스탈린을 다시 떠올리느냐는 점입니다. 독일에서도 히틀러 지지자가 늘고 있다더군요. 왜 그런가 하는 이유가 먼저여야 한다는 점이고요.
따지고 들자면 한도 없지만 그걸 따져야 하는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 자신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영국인이 걱정할 일일지도 모르지만요.
제 글 어디에도 스탈린을 착하다고 쓰진 않았습니다.

Koni 2007-12-2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탈린에 대한 러시아의 그런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삶이 팍팍해지더라도 성장주의, 경제주의에 대한 찬양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답니다. 리뷰와 좀 관계없는 이야기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여러 기대도 굳이 따지자면 미래의 희망을 덮어쓴 과거의 망령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물만두 2007-12-28 22:51   좋아요 0 | URL
그게 바로 현실에서 과거가 소설처럼 각색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그런 점과 뜬금없이 대영박물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서평이 책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지만 그런 점과 함께 지금의 정치 상황이 국민에 대한 감정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되어지더군요. 전 세계적으로 좌파정권의 몰락도 생각해볼 일이구요. 뭐, 여러가지 생각만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