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자라면서 한번쯤 폼페이에 대해 듣거나 쓰여 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화산 폭발로 한 도시 전체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그 시대를 산 사람마저 그 모습 그대로 발굴되었다는 그 도시, 폼페이. 지금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당시 폼페이로 여행을 한다. 베스비우스 화산 폭발 48시간 전으로...

갑자기 수도교를 관리하던 수도 기사가 사라지는 바람에 끊어진 수도교를 찾아 복구를 하러 온 아틸리우스는 점점 물이 고갈되는 것을 느끼고 폼페이가 원인 지점임을 깨닫고 폼페이로 향한다. 폼페이에서는 그를 달갑지 않게 여기던 해방 노예 출신의 부자이며 돈으로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암플리아투스가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모든 도시로의 끊어진 물 공급을 해결하려 애를 쓰는 아틸리우스와 그 끊어진 물 공급마저도 돈과 권력에 이용을 하려는 암플리아투스, 물 공급이 중단되자 성난 군중들, 그들의 사정을 이용해서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행정관들 등등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치 지금 사는 우리의 사회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작가는 그 점을 강조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 시대, 2000년 전에 그런 수도 시설을 갖추고 양어장에서 물고기를 양식하고 별장을 지니고 몇 백 년 된 포도주를 마시며 산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의 일에 양심껏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 사람도 있었다. 노예로 쇠스랑을 차고 일만 하던 사람도 있었고, 검투 노예에서 해방된 사람도 있었다. 부패한 사람이 있었다면 정직한 사람도 있었다. 부자가 있었다면 가난한 사람도 있었다. 향락을 즐긴 사람이 있었다면 딱딱한 빵 한 조각에 감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263쪽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연의 여신은 자신이 내어준 것을 순식간에 다시 빼앗아가는 법이다. 벽돌담은 빗물과 동파로 무너져 내리고 가도는 푸른 잡초에 파묻힌다. 그리고 물을 나르려고 만든 수로는 물에 의해 막혀버린다. '문명화'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전쟁이다.  
   

 

문명화란 어쩌면 이렇게 인간이 자연에 대항해서 지는 싸움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끝을 알면서도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의 문명화다. 

 

지금도 자연재해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지진으로 수 백 명이 사망을 하고, 쓰나미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을 했다. 그들이 만약 48시간 전에 그것을 알았다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24시간 전, 1, 2시간만 주어졌더라도 그들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안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 절대 자연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예측 시스템이 아무리 발전을 하고 과학이 아무리 뛰어나진다고 해도 인간과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자연 안의 일부분일 뿐, 자연이 품어주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과 맞서고 있다. 패배가 자명한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글은 밖에서 보는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 들인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이미 폼페이 최후를 알고 있지만 책 속에서 숨 쉬는 사람들은 그 최후를 모른 채 그 재앙이 닥치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산 폭발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상함을 감지한 아틸리우스가 곧 화산이 폭발할 텐데 베스비우스산을 올라갈 때 그 장면에서 숨이 턱 막히면서 책 속으로 뛰어 들어가 아틸리우스를 말리고 싶어지게 만든다.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빠져들어 그 날로 함께 갈 수 있었다. 책을 보는 내내 감탄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때를 직접 목격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글 솜씨에 감탄했다.

이 작가의 팩션은 탁월하다. 한마디로 같은 소재를 또 다른 면에서 접근하게 하고 사람을, 그 안에 살았을 법한 사람에 대해 공감하게 만든다. 단순한 수도 기사인 아틸리우스를 내세워 로마의 그 시대 수도 시설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동시에 그를 진정한 평범함을 뛰어 넘는 영웅으로 만든다. 아틸리우스를 통해 시간마다 점점 다가오는 폼페이의 화산 폭발을 긴장하며 몰입하게 된다. 그것은 또한 시간 단위로 섹션을 나눠서 독자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카운트다운을 하는 심정을 느끼게 만든다. 

처음에는 두께에 놀라서 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고민했는데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게 된다. 영화로도 나온다니 그 영화가 기다려진다. 재난 영화의 한 획을 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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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5천원 쿠폰 받아서 사셨지요? ^^

물만두 2007-09-24 10:07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아니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