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띠지에 감성 미스터리라고 쓰여 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다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신파 미스터리였다. 감성보다는, 그리움이나 그런 모든 것을 망라한 일상의 미스터리의 범주에 들기는 하지만 결국 신파조로 막을 내리고 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잠자는 바다>를 읽었을 때 신파적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리고 언제 발표된 작품인가 보았다. 94년이라...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외로운 두 사람,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 사귀다 들통이 나서 학생을 죽고 선생님만 살아남아 죄책감에 선생님이 자살하려고 바다에 뛰어 들었는데 살게 되었다는 내용이 딱 신파와 맞아 떨어진다.

<기도하는 등불>은 그 신파적인 면에 미스터리를 더욱 강조한 작품이다. 동생이 교통사고로 자신의 눈앞에서 죽자 언니가 죄책감에 자신이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죽은 것은 언니라서 동생 이름에만 반응한다는 이야기 어디에 미스터리가 있을까 싶은데 있었다. 제목조차 참 그럴싸한 작품이었다.

<매미의 흔적>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일상의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고 신파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은 양로원에서 할머니가 걱정하는 한 할아버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조사하는 손자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한 여름 매미가 그렇게 극성스럽게 우는 것을 참아내는 것은 그들이 오직 그때 잠깐만을 위해 살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매미처럼 한 인간, 인간의 마음, 그런 마지막 생의 마감 후를 알아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숙연해지고 말았다.

<유리>는 뭐라고 해야 할지 조금 난감한 작품이다. 역시 인간, 그 자체가 미스터리라서 알 수가 없다. 한번 깨진 유리는 복원되지 않는다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유리 조각이 깨져서 더 반짝일 수 있다는 사실도 있는데... 암튼 미스터리다. 이 작품 자체가. 하지만 표지에 적혀있는 - 그것은 잃어버린 지난날의 기억 - 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한 소년이 성장해가면서 한 소녀에 대한 기억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니까.

<그가 서식하는 곳>은 십 팔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이 찾아와 하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자신의 말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했다고 느끼나보다고 친구는 별로 친하지 않던 동창을 위로했었다. 그런데 그가 세월이 지나 그때 이야기를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흠... 이 작품은 뭐랄까 악의 형성과정, 또는 진화 내지는 번식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 작품이다. 다 읽고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감성 미스터리나 신파 미스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 단편집에서 오롯이 따로 노는 작품이다.

제목이 <미싱>이 뭔지... 미씽이 이상하다면 우리말로 적어도 좋았을 텐데 제목마저도 신파극의 냄새가 난다. <지난날의 기억>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암튼 신파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내 맘대로 지은 것이지만 작품들을 잘 봤다. 괜찮았지만 약 2% 모자람을 느꼈다. 확실히 감성은 아니라는 것과 미스터리의 경계선이 아슬아슬하다는 것 말고도 쌈박하지 않다고 해야 하나, 가슴을 울리는 것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냥 신파조로 흘러가는 그런 작품들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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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09-2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좀 심심한 책이죠?^^;;등장인물들이 너무 상념에 젖어있는 것같아서 외려 감정이입이 안되더라고요...감정 오버랄까...음...

물만두 2007-09-21 10: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신파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감정이입이 되면 감성 미스터리가 될텐데 영 안되서 어쩔 수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