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살인사건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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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 중 하나는 자살에 대한 욕구다. 하지만 그 욕구는 대부분 욕구로만 그치지만 때론 그것이 반작용으로 타살이라는 추리소설에서의 살인과 같은 범죄가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이 추리소설을 읽는 것 또한 어쩌면 이런 자살, 타살의 욕구의 대리만족일지 모른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늘어놓고 있다.

연쇄 살인이라는 범죄가 일어나는 산타바르바라에서 작가는 경찰과 기자가 그것에만 몰두하게 만들지 않고 한 이민 역사학자의 실종, 아니 족적을 따라 비잔틴이라는 11세기의 역사 속으로 여행을 하게 만든다. 그곳에서 만나는 것은 그 역사학자가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게 만드는 안나 황녀가 있고 제1차 십자군 전쟁에서 그녀가 만난 한 남자가 있다. 여기서 작가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정의를 반이슬람 전쟁이 아닌 동로마제국이 다시 서로마제국에 귀속되게 하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한다. 그것과 겹쳐지는 현대의 십자군전쟁 양상을 띠는 아랍권과의 전쟁이 종교전쟁이 아닌 석유전쟁이듯이 말이다. 사실이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이민자들의 삶은 불행하다고 못 박고 있는 점은 그의 가치관이 국수주의 또는 혈통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지금의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호학자이자 정신분석가라는 작가의 이력이 추리소설을 쓰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모든 것은 분석하고 기호화하려 해서 정작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끝나버린 사건의 해결과 다시 되풀이 되는 테러는 무엇을 암시하려 함인지 모르겠다. 이 사건이나 치밀하게 마무리할 것이지.

어쩌면 좋은 작품을 내가 이해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인이 난무하는 추리소설을 본다고 그 사람에게 살인의 욕구가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으로 더 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책 그 자체는 살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대다수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세상에 살인의 욕구가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닐까? 인간이라는 잔인한 동물에게 그것이 본능이라면 말이다.

읽고 괜히 읽었다고 생각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절판된 전작을 찾지 않게 된 것 만으로도 읽은 가치는 있다. 세상에 가치 없는 책은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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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9-1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나름대로 저자의 철학이 들어있는 것이라 물만두님의 끝구절을 읽고 언듯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가치가 있는 법이지요.

물만두 2007-09-13 16:14   좋아요 0 | URL
저자의 철학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