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풍경
데이비드 리스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류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영국인이 아닌 유대인 벤자민 위버와 그의 친구 스코틀랜드인 친구를 등장시켜 독특한 방식으로 그 시대 정치와 시대 상황을 풀어내고 있는 팩션이다.

벤자민 위버는 목사의 부탁을 받고 일을 조사하던 중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죄로 잡혀 사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때 모르는 미모의 여성이 등장해서 그에게 탈출할 수 있는 쇠붙이를 쥐어주고 간다. 위버는 탈옥에 성공한 뒤 친구와 함께 도대체 누가 그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고 싶어 하는 지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을 하는 동시에 벤자민 위버로도 나타나서 위장을 더욱 극대화하기로 한다.

마침 선거 때라 토리당과 휘그당이라는 전혀 벤자민이 관심 없는 정치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패의 온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이 왜 선거에 목을 매고 부정을 저질러서 당선되어야만 하는지를. 그런데 더욱 알 수 없는 재커바이트파라는 이들까지 알아야 하는 상황이라 머리 나쁜 벤자민은 도무지 범인을 알기가 어려워진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치가 정면에 등장하면 그 책은 재미가 떨어지게 된다. 아무리 역사적 사실이라고 해도, 아니면 픽션이라고 해도 정치는 정나미 떨어지고 치를 떨게 하는 모든 이들이 혐오하는 공공의 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돌아가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더 답답했다. 어쩌면 그리도 다르지 않은 모습인지 놀랍기만 하다. 정경유착이야 인간이 정치를 하면서 늘 있어왔던 것이고 노동계급의 착취 또한 마찬가지지만 선거권이 없던 18세기 영국과 선거권이 있는 지금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어이가 없다.

이 작품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정치인으로 나오는 인물들, 부를 쥐고 정치인을 뒤에서 조종하는 상인들, 그 밑에서 패로 나뉘어서 자신들의 밥그릇조차 챙기지 못하고 죽임을 당해도 말 한마디 못하는 노동자들이나 도둑들의 우두머리로 등장하는 벤자민 위버의 라이벌이나  벤자민 위버나 별 다른 점을 못 느낄 것이다. 오히려 벤자민 위버나 그와 같은 사람들은 대놓고 좋지 못한 일을 한다는 것을 인정이나 하지 이런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조차 모르고 알아도 남에게 떠넘기면서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특권이라 생각한다. 정말 지금의 정치인들 모습과 한 치의 다름도 없다. 선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벤자민 위버를 울린 <종이의 음모>에서 벤자민이 도움을 준 사촌의 아내였던 여자는 그런 정치인과 결혼을 해서 자신의 남편의 허물을 감싸기에만 급급한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물로 마지막까지 벤자민을 가슴 아프게 한다. 이 또한 현대인의 모습과 같아 역시 인간이란 절대 변하지 않는 동물임을 느끼게 되었다.

조금 있으면 대통령 선거다. 지금도 한창 유세중이다. 투표 전에 이 책을 한번 꼭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부패의 풍경>은 18세기 런던의 풍경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의 풍경이다.

조금은 지루하고 정치에 무지한 벤자민 때문에 황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하면서 정녕 정치 없는 사회를 바래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세계사와 정치에 대한 공부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인간은 누구나 한 끗 차이라는 것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8-28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8-28 11: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는 위안을 하면서 씁쓸해지네.
자기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고 좋은 하루 보내^^

순오기 2007-08-2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팩션이라니 구미가 당깁니다~~ 한끗 차이라는 인간 탐구도 흥미롭고요, 추천하고 장바구니에 얼렁 퍼담습니다. ㅎㅎ 이주의 리뷰 축하글 남겨주셔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써 주시는 님의 서재도 살짝 살짝 들여다보고 다닙니다. ^*^

물만두 2007-08-28 16:52   좋아요 0 | URL
이 작가 작품이 모두 팩션인데 다 좋더군요^^

비로그인 2007-08-2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먼저 봐야 하나요?

물만두 2007-08-29 14:34   좋아요 0 | URL
차례대로 보시면 좋아요.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이 제일 먼저 나왔는데요
종이의 음모와 이 작품은 주인공이 같으니 시리즈라 할 수 있으니 이 작품보다 종이의 음모를 먼저 보세요.